문헌 속의 식용버섯
조선시대의 『세종실록』 「지리지」(1453)는 고려 말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각 지방의 토산품을 수록해 놓은 책으로, 여기에는 松茸(송이), 眞茸(진이), 鳥足茸(조족이), 香茸(향이, 향버섯, 능이), 점藁(점고, 표고) 등의 버섯류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진상품목에는 음력 8월에 송이가 있고, 버섯을 각종 요리에 첨가하여 식용한 예도 몇몇 찾아볼 수 있다. 해삼 요리에는 송이, 양열ㅤㅉㅗㄲ족양ㅤㅉㅗㄲ야제육에는 표고, 잡채에는 진이와 표고 등을 넣어 요리하였다. 이와 함께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1809)에도 표고, 송이, 백봉령이 요리에 이용된 것을 알 수 있다. 1919년에 발간된 『조선の구황식물(朝鮮の救荒植物)』에는 총 18종의 균류가 기록되어 있고, 1942년에 발간된 『조선야생식용식물(朝鮮野生食用植物)』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표고, 송이, 시라케타케(シラキタケ) 등을 선호하며, 특히 표고, 목이, 송이, 느타리를 귀중한 야생 식용버섯으로 취급하였다고 한다. 또한 1940년에 발간된 『선만실용임업편람(鮮滿實用林業便覽)』에는 83종의 식용버섯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중 몇몇 종은 현재 독버섯으로 취급되고 있다. 1966년에 발간된 ‘표고버섯재배’에는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는 말이 기록되었으며, 이 문구는 현재까지 전래되고 있다. 전술한 내용으로 볼 때, 가장 많이 채취하여 식용한 버섯은 송이, 표고, 목이, 느타리, 능이(향버섯), 백봉령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백봉령은 고려시대에 송나라에 수출한 중요 무역품 중의 하나로 식용버섯보다는 약용버섯으로 그 이용가치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버섯의 선호도
‘산림청 임산물생산조사’에는 표고, 송이, 느타리, 능이, 싸리버섯, 목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표고와 느타리를 제외한 버섯들은 주로 산에서 채취하여 식용하는 버섯들이다. 또한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느타리류, 팽이버섯, 양송이 등의 재배통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결국 이와 같은 버섯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식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와 야생 버섯 식당에서는 송이, 표고, 느타리, 향버섯(능이), 싸리버섯류, 다색벚꽃버섯, 외대덧버섯, 까치버섯, 뽕나무버섯, 달걀버섯, 큰갓버섯, 팽이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흰굴뚝버섯, 꾀꼬리버섯 등 다양한 버섯을 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버섯들은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여지나, 그 선호도와 식용 여부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기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식품으로 이용되는 버섯의 종류는 1,000여 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와 멕시코에서는 300여 종의 버섯이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야생 식용버섯은 네팔과 체코공화국 등에서 가구당 연간 18kg 이상을 채취하여 식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에서는 그물버섯, 꾀꼬리버섯, 느타리 등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이 버섯들은 세계적으로도 많이 식용되고 있다. 체코공화국의 경우에도 그물버섯, 꾀꼬리버섯, 곰보버섯류 등이 선호하는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미국송이, 곰보버섯류, 그물버섯류, 꾀꼬리버섯류 등을 널리 채취하여 식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은 유럽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섯의 선호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는 전래 문구로부터 유추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버섯의 선호도 조사 결과, ‘1. 송이, 2. 잎새버섯, 3. 나도팽나무버섯(맛버섯)’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운남성에서 위치한 루시안 머시룸(Luchian Mushroom) 회사에서 송이, 접시껄껄이그물버섯, 곰보버섯류 등의 야생 버섯을 다루는 것으로 보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버섯으로 생각되며, 상업적으로도 중국 내에서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버섯으로 취급받고 있는 듯하다.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야생 식용버섯 순위는 ‘1. 그물버섯, 2. 큰갓버섯, 3. 주름버섯, 4. 꾀꼬리버섯과 민자주방망이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자국민 대상으로 버섯의 종류별 선호도를 조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자들에게도 균류에 대한 선호도나 중요도를 조사하여 평가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버섯의 종류별 선호도를 조사해본 적이 없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선호도 조사는 차후 재배버섯의 발굴과 개발뿐 아니라 식용 및 기능성 버섯의 이용 확대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서양의 버섯 100가지
카가와(香川)는 『夢自然きのこ』(1992)에 일본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버섯 선호도를 조사하여 순위를 나열하였다. 또한 Kuo(2007)는 100가지의 식용버섯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비록 일본이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이기는 하나, 버섯이 발생할 수 있는 자연환경 조건이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양국 간 버섯 선호도가 달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버섯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조사자료를 잘 참고하여 분석하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버섯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어떤 종류의 버섯을 우리가 재배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맺음말
동양에서는 표고, 느타리, 팽이버섯 등을 많이 재배하여 식용하고 있다. 또한 자연으로부터 송이, 향버섯(능이), 다색벚꽃버섯, 싸리버섯류, 꾀꼬리버섯 등을 채취하여 먹고 있다. 서양에서는 양송이를 가장 많이 재배하여 식용하고 있으며, 자연으로부터 덩이버섯류, 그물버섯류, 곰보버섯류, 꾀꼬리버섯류 등도 채취하여 식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서양인들의 버섯 선호도가 서로 다른 것은 발생하는 버섯의 종류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인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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