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버섯

의약품 개발에 사용한 버섯

강토백오 2011. 11. 27. 22:17

의약품 개발에 사용한 버섯
글·사진 / 가강현 (국립산림과학원 바이오에너지연구과)
치마버섯
구름버섯
목질진흙버섯
표고버섯


한의학에서 사용한 버섯

버섯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질병 치료와 식품으로 사용되어왔다. 중국의 『중국본초도감』에는 송이 등 168종의 버섯들에 대한 효능과 주로 치료하는 용도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도 수종의 버섯류가 기재되어 있지만, 중국에 비해 그 종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일본학자(奧澤康正)가 기술한 문헌에는 ‘조선의 약 248권의 귀중한 고의서(古醫書)로부터 약 10,881조(條)의 조문’을 인용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의학 서적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국내에 알려져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버섯의 효능

버섯은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된 고단백질 식품이며, 섬유질이 풍부하여 소화를 돕는다. 또한 지방 함량이 적고,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식품이다. 기타 버섯에 포함된 성분들은 항암 효과, 비만 억제, 당뇨병, 신경세포 생육 촉진 등의 활성을 갖고 있어 현재 인류가 직면한 질병과 고령화 사회에 따른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표고는 1969년에 버섯으로부터 β-글루칸 성분이 분리되어 ‘렌티난(lentinan)’으로 명명되었고, 사람의 면역 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985년에는 위암 주사제로 인가되었다. 이와 함께 표고의 자실체에서 혈장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혈소판 응집억제작용을 나타내는 에리타데닌과 항바이러스 작용을 갖는 ‘렌테민(lentemin)’ 등도 발견되었다.
버섯은 다른 식품에 비해 식이섬유가 많은 편에 해당한다. 표고는 46.1%, 목이는 55.5%, 팽이버섯은 38.5%로 곡류, 과실류, 야채류에 비해 월등히 높다. 버섯의 키틴과 식이섬유는 장내 활동을 원활하게 유지하며, 이로운 균의 생장을 촉진하여 해로운 균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버섯은 항암작용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고의 렌티난 성분은 버섯류의 세포벽 구성성분 중 하나인 β-글루칸의 일종이다. 이 β-글루칸 성분은 분자량, 화학구조상의 가지 친 정도, 3차 구조 등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글루칸의 중심사슬인 β-(1→3)은 구조적 역할을 하고, β-(1→6)의 가지 친 사슬은 항암작용에 관여한다.
콜레스테롤은 여러 중요한 스테로이드(담즙산, 아드레노코르티컬 호르몬, 성호르몬, 비타민 D, 식물계의 사이토스테롤, 일부 알칼로이드 등)의 전구체로 생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나친 지방 섭취량이 증가함에 따라 콜레스테롤 함량도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표고의 콜레스테롤 저하작용은 1960년대부터 이미 알려진 것으로, 에리타데닌이 그 작용인자로써 단리되어 구조가 밝혀졌다. 다발구멍장이버섯에는 에리타데닌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대신 글리폴린(grifolin)과 네오글리폴린(neogrifolin)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에리타데닌이 체내에서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저하시키는 것과는 달리 글리폴린과 네오글리폴린은 모든 식품의 콜레스테롤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저해한다.
생체 내의 칼슘은 뼈나 치아 등의 구성성분이 될 뿐만 아니라 혈액을 비롯해 체액 또는 연조직 부분에 존재하여 전신의 생명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보통 칼슘은 음식을 통해 보충되고 있지만 음식에서 보충할 수 없을 때에는 뼈에서 칼슘을 깎아내어 사용하게 된다. 칼슘의 세포막 전달은 일차적으로 부갑상선 호르몬(PTH)에 의해 촉진되며, 이때 또한 칼시트리올(calcitriol)이라는 호르몬도 관여하게 된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콩팥에서 칼슘을 재흡수하는 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며, 칼시트리올은 장 세포막에서 칼슘 흡수를 촉진하는 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특히 칼시트리올은 비타민 D와 그 전구체인 콜레스테롤부터 합성되기 때문에 체내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비타민 D의 결핍으로 야기되는 구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D의 섭취가 요구된다. 버섯류에 포함된 비타민 D는 버섯의 생장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양, 즉 빛(자외선)의 영향을 받아서 합성된다. 표고의 자실체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비타민 D의 함량이 획기적으로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타민 D의 함량은 생표고보다는 햇빛에 말린 건표고에서 월등히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혈액은 혈관을 통해 흐르는 액체로 우리의 신체 곳곳에 산소, 양분, 노폐물 등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혈관에 구멍이 뚫리면 유출되는 피를 차단하고자 혈소판 응집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혈소판 응집반응이 과도하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혈액의 흐름에 장해가 생겨 심근경색과 뇌경색 등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도 표고와 느타리는 혈소판 응집을 저해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물질로는 맛 성분인 구아닐산(Guanylic acid)과 향 성분인 렌티오닌(Lenthionine)이 알려져 있다.
인간면역결핍증 환자의 발생은 20세기 말의 거대한 재앙으로 일컬어지며, 이와 함께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스(SARS)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신종 폐렴의 출현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반복적인 창궐이 일어나고 있다. 표고의 항균 단백질인 렌틴(lentin)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1(HIV-1)의 역전사효소 활성과 백혈병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도 표고의 포자에서 인터페론(interferon) 유발물질로 2개의 연관된 RNA가 분리되었으며,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약품 개발에 사용한 버섯

의약품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버섯류는 구름버섯, 표고, 치마버섯, 목질진흙버섯, 불로초 등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대부분의 의약품은 버섯 유래 베타-글루칸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구름버섯의 크레스틴(Krestin)은 소화기암과 폐암 치료제로, 표고의 렌티오닌(Lenthionine)은 위암 치료제로, 치마버섯의 시조팔란(Schizophyllan)은 자궁암 치료제로, 목질진흙버섯의 메시마엑스(Mesima-Ex)은 소화기암 치료제로, 불로초의 베타 이뮤난(β-Immunan)은 소화기암과 폐암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버섯류를 이용하여 건강 기능성 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