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버섯

차가버섯, 재배할 수 있을까

강토백오 2011. 11. 27. 22:12

차가버섯, 재배할 수 있을까
글·사진 / 박현 (국립산림과학원 바이오에너지연구과)
점봉산 거제수나무의 차가버섯
자작나무에 접종하여 만들어진 차가버섯 균핵, 접종 2년 6개월 경과 시점


차가버섯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하여 요즈음에는 인터넷을 통하여 널리 홍보, 판매되고 있는 차가버섯(Inonotus obliquus)은 러시아에서 민간요법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솔제니친의 『암병동』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널리 소개된 버섯이다. 러시아에서는 위궤양, 위암 등 소화기관 관련 병의 치료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항암제, 당뇨병 등의 특효약으로 소개되고 있다.
차가버섯은 일반 식용버섯과 달리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건강한 나무에 기생하며 자란다. 건강한 자작나무류(Betula spp.)에 침입한 차가버섯 균은 변재 부분에 들어가 안정을 취한 후 자작나무 수액을 흡수하며 기생한다. 즉, 차가버섯은 자작나무류에 덩이 모양의 대형 균핵(菌核)을 만들면서 자작나무에게 피해를 입히는 병원균의 일종이다. 차가버섯 균이 감염된 나무를 잘라 보면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균사(菌絲)가 수피 밑에 얇고 넓게 퍼져 있다. 균사가 충분히 자란 후에는 자실체를 만들게 되는데, 일반 버섯과 같은 갓 모양의 자실체가 아니라 상처의 딱지 같은 자실체를 만든다. 자실체의 겉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으로 균열이 심하게 나타나며, 균핵의 안쪽은 노란색 내지 황갈색을 띠고 있다.
차가버섯은 북유럽, 러시아, 중국, 몽골, 캐나다, 일본(북해도) 등 추운 지역의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숲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자가 점봉산의 거제수나무(Betula costata)에서 처음 채취하여 보고(박현 등, 2005; 한국버섯학회지)한 이후 일부 버섯 채취자들에 의해 적게나마 채집,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차가버섯은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 등 다양한 자작나무류를 기주로 생활하므로 우리나라의 온대 북부지역, 그리고 북한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다년생 버섯이기는 하지만, 한겨울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한 자작나무숲에서 검은빛을 띠는 차가버섯을 찾기가 더 쉬우므로 겨울 산행을 하면서 차가버섯을 찾아보는 묘미도 즐길 수 있다.
차가버섯은 살아 있는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이므로 일반 버섯을 재배하는 방식으로는 재배가 되지 않는다. 또한, 버섯(자실체) 자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차의 형태로 추출물을 활용하므로 버섯 재배를 위한 시도보다는 균을 배양하여 추출액을 제조,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가버섯 균핵에서 추출한 멜라민 성분과 균사 배양액에서 추출한 성분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차가버섯의 진정한 가치 발휘를 위해서는 버섯 자체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차가버섯 재배를 위한 시도

차가버섯은 원래 기생균이지만 일반적인 버섯 균을 키우는 데 사용하는 감자한천배지(PDA) 등 인공배지에서도 배양이 잘 되며, 특히 대부분의 활엽수 톱밥을 이용한 배지에서 균사가 잘 배양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반적인 버섯 재배방식으로는 버섯 생산이 되지 않고, 배양 균사체를 이용하려는 연구에 집중한 탓인지 인공배지를 이용하여 자실체 형성에 성공하였다는 보고는 없었다. 이러한 여건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팀은 기생성 병원균임을 감안하여 살아 있는 나무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자실체 생산을 시도하였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널리 심겨진 자작나무를 대상으로 살아 있는 나무에 균을 접종하여 차가버섯이 자실체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였다.
연구는 경기도 포천의 약 20년생 자작나무 인공조림지에서 실시하였는데, 표고 원목재배용 종균처럼 톱밥배지에 준비된 차가버섯 종균을 살아 있는 자작나무 줄기에 접종하였다. 자작나무의 수액이 늦봄까지 분출되는 것을 감안하여 5월에 접종하였으며, 지상 1m 내외의 높이에 직경 12mm, 깊이 25mm의 구멍을 뚫고 톱밥종균을 접종한 후 스티로폼 마개로 입구를 막았다.
1년 후 약 25%의 접종 성공률을 나타내며 차가버섯 균사가 안정적으로 활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살아 있는 나무의 양분 흐름에 의존하는탓인지 나무의 위아래로 균사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균사 활착이 된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차가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균핵이 만들어져서 발달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크기는 직경 1.1~4.8cm, 높이 0.5~2.0cm 수준이었다.


실질적인 차가버섯 재배 검토

아직 차가버섯을 수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균핵이 성장한 단계가 아니므로 차가버섯을 접종한 후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지 단언할 수는 없다. 접종 3년 6개월 경과 시점의 재조사에서 1년 전에 비하여 20% 이상의 부피 생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를 통해 약 5년 정도의 추가 시간이 지나면 주먹만 한 크기의 차가버섯 자실체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균핵의 생장속도와 크기에 따른 가격차이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으로 적절한 수확 시기를 결정하여야 한다. 지속적으로 일정한 속도로 자라는 것인지, 아니면 기하급수적으로 자라다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생장속도가 둔화되는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편, 앞서 언급하였듯이 차가버섯은 자작나무류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병원균이다. 병원균이 변재부에 흠집을 낸 나무이므로 용재나 가구재 등 목재로 활용하기 어렵다. 즉, 차가버섯을 건전한 자작나무숲에 퍼뜨리면 온 숲의 자작나무가 다 용재가치를 잃게 될 수 있다. 다만, 차가버섯을 자작나무숲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고 매우 드물게 찾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병원균의 확대속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의 용재가치를 제대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기둥이 되는 굵은 줄기보다는 일정한 크기 이상의 가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에서 차가버섯 재배를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과연 자작나무가 우리나라에서 용재로서 잘 자라줄 수 있는 나무인지를 생각하면서 차가버섯 재배를 시도할 것인가 판단하여야 한다. 자작나무는 온대 북부 또는 한대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온대 중부지역에 조림할 경우 단맛을 내는 수액 등으로 인하여 해충의 피해를 많이 입는 나무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용재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도록 키우기가 쉽지 않은 나무로, 조경용이나 수액 채취를 위한 나무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용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방식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수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조림되어 있는 자작나무에 수액 채취를 위하여 구멍을 뚫어 용재로 사용하기 어렵도록 흠집을 냈다면, 이와 더불어 차가버섯 균을 접종하여 10여 년 후에는 차가버섯도 생산하는 방법을 검토해보길 권한다.


여전히 남은 제안

자작나무를 이용한 차가버섯 재배가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살아 있는 자작나무를 이용하여 차가버섯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린 자작나무류에서 차가버섯을 찾을 수 없었음을 고려할 때, 조림 후 20년 이상 된 나무에 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접종을 하여 균이 안정을 취하게 된 이후에도 10년 이상을 기다려 버섯 수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실체 생산을 집약적으로 하고자 한 나무에 많은 양의 종균을 접종하고자 지나치게 많은 구멍을 뚫게 되면 바람에 나무가 부러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글은 접종 후 4년이 경과한 시점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금후 적정한 수준의 천공과 접종기술, 그리고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확 시기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 중반에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널리 심겨진 자작나무가 차가버섯 재배장으로 변화될 날을 기대하며, 차가버섯을 이용한 자작나무숲 경영에 관심을 갖고 계속 성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