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톱밥재배
옛말에 버섯의 맛은 ‘일(一) 능이, 이(二) 표고, 삼(三) 송이’라는 말이 있다. 버섯의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던 시절에는 모두 자연에서 채취하여 순수한 맛과 풍미로 평가를 받았기에 그랬지 않나싶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이르러 많은 버섯들이 인공재배가 되고 우리 식탁에 쉽게 오르면서 ‘일(一) 능이, 이(二) 송이, 삼(三) 표고’로 바꾸어 부르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아직도 능이, 송이는 인공재배가 되지 않아 쉽게 접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표고는 인공재배가 되면서 송이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아직도 3대 버섯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들 중에서 고급 버섯으로 인식되고 있다. 표고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무렵부터이다. 1960~1970년대에는 표고 재배가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매우 귀해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었으며 높은 가격을 받았다. 이 무렵부터 표고를 재배했던 분들은 그 시절에 표고 농사를 지어서 집도 사고 자식들 대학 보내고 장가보냈다는 말씀을 하신다. 현재까지도 표고는 주요 임산물로 임가의 소득증대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표고산업이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중국산 표고의 수입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예로부터 표고는 참나무에서 나는 것으로 현재까지도 상당수가 참나무 원목에 종균을 접종하고 배양하여 재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점진적 기후변화에 의해 단위면적당 표고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 틈을 중국산 표고가 급격히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1 농업전망에 따르면 2005년 중국산 표고의 수입 금액은 597만 5,000달러(생표고 63만 7,000달러, 건표고 533만 8,000달러)였으나 2010년에는 3,801만 달러(생표고 828만 2,000달러, 건표고 2,972만 8,000달러)로 5년 만에 6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표고 톱밥재배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실 표고 톱밥재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많이 보편화되었다. 우리나라 표고 생산에서 표고 톱밥재배 임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대략 20%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표고의 주 생산국인 중국, 일본은 표고 톱밥재배가 197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하여 현재 생표고 생산량 중 중국 95%, 일본 82%가 톱밥재배를 통하여 생산하고 있다. 표고 톱밥재배는 전통적인 원목재배에서 탈피하여 참나무톱밥을 주재료로 한 혼합물을 용기에 담아 표고균을 접종·배양하여 버섯을 수확하는 방법으로 원목재배에 비해 생산효율이 더 높고 생산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표고 톱밥재배의 장·단점
표고 톱밥재배가 표고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되는 이유는 이 글 말미에서 제시토록 하고 우선 표고 톱밥재배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코자 한다. 우선, 톱밥재배는 원목재배에 비해 재배기간이 현저히 짧다. 기존 원목재배는 종균을 접종하고 배양하는 데 1년, 버섯 수확기간이 약 2~3년으로 1작기 재배에 최소 3년가량 소요되는 반면 톱밥재배는 1년 안에 배양과 버섯 수확을 모두 마칠 수 있다. 둘째로, 원목과 동일한 무게의 톱밥배지에서 더 많은 양의 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톱밥배지에서의 표고버섯 수확량은 원목에 비해 50% 이상의 증수가 가능하다. 셋째로, 원목재배에 사용되는 참나무 골목의 무게는 평균 10~15kg 이상이나 톱밥배지의 무게는 1~3kg 내외로 더 가볍고 다루기 쉽다. 최근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노동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녀자도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넷째로, 표고 톱밥재배는 원목재배에 비해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표고 재배에 사용되는 참나무 원목은 11~12월에 미리 벌채된 것을 사용해야 하고 너무 굵거나 얇아 규격에 맞지 않는 것은 사용하기 어렵다. 또한 원목 표면에 상처가 나거나 하면 표고균이 잘 자라기 어려워 현장에서 벌채한 후 각 임가로 운송하는 과정에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배지를 만드는 톱밥에 사용되는 참나무는 벌채 시기나 규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특별히 취급에 주의를 요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고 활용도가 높다. 이처럼 표고 톱밥재배는 기존 재배법에 비해 더 짧은 기간 안에 더 많은 양의 버섯을 효율적으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러나 톱밥재배가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원목재배에 비해 재배방법이 어렵다. 원목에 배양된 표고균은 수피와 섬유질 등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서 외부 환경변화에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톱밥배지는 표고균이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그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로, 원목재배에서 생산되는 표고는 수확 시기에 따라 다르며 생표고, 건표고 모두 생산이 가능하나 톱밥재배에서는 생표고만 생산해야 한다. 물론 건표고 생산도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배지에서 수확된 표고는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건조했을 때 무게가 너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의 표고 톱밥재배 현황
중국은 세계 최대의 표고 생산 및 수출국으로 전체 표고시장의 95% 이상이 톱밥재배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톱밥재배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60년대 후반이고 1980년대에 재배규모가 급속히 확대되었다. 주로 중국 동부의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푸젠성(福建省), 저장성(浙江省), 허난성(河南省), 랴오닝성(遼寧省) 등이 주요 표고 생산지로 겨울철엔 기온이 따뜻한 남방지역인 푸젠, 저장, 허난에서 주로 생산되며 더운 여름철엔 랴오닝 인근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역이 방대하고 서로 기후가 달라 여러 가지 재배법이 개발되어 있고 주로 인력에 의존하여 생산되는 형태이다. 일본의 표고 톱밥재배 현황 일본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표고 생산량이 많은 국가로 2008년에 10만 t가량을 생산하였다. 일본의 톱밥재배는 주로 외부환경과는 독립적인 공간에 냉난방조절 설비를 구비하여 연중재배가 가능한 균상재배를 하고 있다. 톱밥재배의 보급은 중국보다는 다소 늦은 1980년대에 시작하여 1990년대에 급격히 확대되었다.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재배비율이 증가하여 생표고 생산량을 기준으로 1995년 31%에서 2009년 82%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톱밥재배는 생표고 생산 위주로, 원목재배는 건표고 생산 위주로 나누어졌다.
국내 표고 톱밥재배 현황
국내에는 현재 약 300여 임가가 표고 톱밥재배를 하고 있으며 이들 중 10만 봉 이상의 재배규모를 가지는 임가는 약 50여 개소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생표고 기준 약 4만 5,000t을 생산하였으며 현재 원목재배와 톱밥재배에서 생산된 표고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려우나 대략 전체 생표고 생산량 중 15~20%가량이 톱밥재배로 생산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톱밥재배법은 중국, 일본 등지에서 1990년대 초반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주로 기존의 간이재배사(비닐하우스)를 개보수하여 재배하는 자연재배방식이 많았다. 특히 1990년대에는 값싼 중국산 배지를 수입하여 균상재배 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으나 2000년대 들어 현재까지는 재배사 바닥에 배지를 놓고 재배하는 지면봉지재배가 전체 재배비율 중 70% 이상이다. 특히 지면봉지재배를 통하여 여름철 고온기에 고품질 생표고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급속히 정착되었다. 최근에는 각 지역별로 선도 임가를 중심으로 점차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재배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조합중앙회 산림버섯연구소에서는 표고 톱밥재배에 적합한 우량 품종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합품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고온성(여름철 재배 가능 품종) 및 저온성(겨울철 재배 가능 품종) 품종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크용 표고, 고기구이용 표고 등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품종을 개발하여 표고 재배자의 품종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산림버섯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작년까지 산조 701호, 참아람 등 매년 1품종씩 4개의 품종을 개발하여 품종보호출원하였다. 그와 동시에 톱밥배지 생산에 필요한 씨앗인 종균과 톱밥배지를 생산 보급하여 임가의 소득증대에 힘쓰고 있다.
향후 전망
현재 국내 표고산업은 참나무 수급의 불안정, 인건비 및 재료비 상승 등으로 점차 생산효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 틈을 타고 중국산 표고가 대량 수입되고 있다. 이미 중국산 표고의 수입금액은 5년 전에 비해 6배가량 증가하였고 특히, 생표고와 조제표고(슬라이스, 칩 등)의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최근 생표고의 수입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중국산 생표고 수입금액은 2005년에 4,600만 달러였으나 2010년에 1,700만 달러로 40%가량 급감하였다. 이는 일본에서 표고 톱밥재배가 점차 늘어나면서 생표고 생산이 안정화됨으로써 연중 표고가격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0년 일본 생표고 생산 중 톱밥재배의 점유율은 82%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향후 톱밥재배가 보편화되면서 안정적 생산이 이루어지면 중국산 생표고의 수입량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표고 톱밥재배는 우리나라 표고시장의 안정화를 꾀하고 자급률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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