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버섯

표고 원목재배

강토백오 2011. 11. 27. 21:22

표고 원목 재배 외길을 걷는 권기안 씨
글·사진 / 김소영 (농민신문 기자)
원목 재배 외길을 걷겠다는 뚝심의 임업인 권기안·김순미 씨 부부
이제 막 수확에 들어간 버섯 하우스 내부 모습
한살림에서 주문받은 물량을 날짜별로 적어놓은 칠판
8월 말 첫 수확한 표고
종균 접종을 마친 표고 원목들
버섯 하우스의 전경

표고버섯도 공산품처럼 재배사에서 딱딱 찍어내는 세상이다.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톱밥배지 재배기술이 안정화되면서 전통 방식인 원목 재배는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지만 버섯 좀 안다는 사람치고 원목에서 키운 표고를 제일로 꼽지 않는 사람이 없다. 쫄깃한 맛과 고소한 향이 일품이어서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표고를 재배하는 권기안 씨(43)는 “누가 뭐래도 원목 재배방식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뚝심의 임업인이다. 막 첫 수확에 나선 그의 표고농장을 찾았다.



송악 버섯의 맥을 잇다

“그분 말여유? 아주 쾌할하고 농사도 잘 짓지유. 다른 분들과 품앗이도 해가면서 부지런히 사는 분이어유.”(홍일표 아산시산림조합 사업과장)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하지유. 친환경 인증을 받는 데도 앞장서고 말여유.”(김정규 거송표고영농조합법인 대표)
당사자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하지만, 때로는 제3자의 시각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15년째 표고 농사를 짓는 젊은 임업인 권기안 씨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
그는 표고를 원목 재배하는데, 참나무 원목만 현재 4만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에선 꽤 큰 편이다. 20대 땐 서울에서 ‘꽃장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친이 하던 버섯 농사를 물려받아 고향을 지키며 묵묵히 가업을 잇고 있다.
원래 송악지역은 농협과 산림조합에 표고 공판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을 만큼, 유명한 표고 주산지였다. 하지만 이농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재배자가 점차 줄어 지금은 10명 안팎만이 송악 표고의 명맥을 유지한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매운 법. 이들은 요샛말로 작지만 강한 농업인 즉 ‘강소농’들이다. 공기가 맑고 일교차가 커서 표고 키우기에는 안성맞춤인 지리적 이점을 살려 품질 좋은 원목 표고를 연중 생산해낸다.


표고 한 작목에 집중

권씨는 송악지역의 표고 재배농가 9명으로 구성된 거송표고영농조합법인의 총무를 맡고 있다. 참여농가 중에 그의 재배규모가 제일 크다. 길이 70m 정도의 시설하우스 1동에는 보통 2,500~3,000개의 참나무 원목이 들어가는데, 재배에 필수적인 관수시설까지 갖추면 4,000만 원은 족히 든다. 그런 하우스가 18동이 있으니 그는 시설만 따져도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못잖은 셈이다.
“부자라구유? 웬걸유! 이게 다 빚이고 농가 부채인데유…….” 돈 많으시겠다며 농을 던지니 그런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얼굴엔 웃음과 자신감이 넘친다. 원래 그는 표고 말고도 영지와 느타리버섯을 함께 재배했었다. 하지만 수년 전 태풍 피해로 영지 종균을 두 차례 ‘날려 먹은’ 이후 표고에만 집중했다.
“7,000~8,000만 원을 앉아서 홀라당 말아먹었다고 생각해봐유. 심정이 워땠겠슈? 영지버섯은 키우기는 수월한데 종균이 엄청 까다롭거든유. 저도 쓴잔을 여러 번 맛본 사람이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표고 한 작목에만 집중하니 자연히 품질은 올라가고 수량도 늘었다. 무농약 같은 친환경 인증도 잇따라 받았다. 고품질에 안전성까지 갖추니 소비지에서 먼저 ‘콜’이 왔다. 친환경 농산물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회원인 한살림에서 납품 제의가 들어온 것. 그렇게 시작한 한살림과의 거래는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판로 개척이 가장 큰 고민인 농가 입장에서 고정 판매처를 가졌다는 건 시름의 절반은 덜었다는 얘기다. 그날그날의 시세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는 데다 품질 고급화에만 ‘올인’할 수 있어서다.
“한살림과 거래하기 전에는 서울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에도 출하해봤지유. 하지만 가격 급등락이 워낙 심해 하루하루가 고생이었슈. 한살림에 고정 가격으로 납품하면 비록 큰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인 벌이는 되니까 마음은 편해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구유. 수확해야 할 물량도 미리 파악이 가능하거든유.”
그러면서 그는 농장 한켠의 칠판을 가리켰다. 칠판엔 ‘○월 ○일 ○○○개’ 하는 식으로 매일매일의 주문량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원목 재배 고수

표고버섯은 전통적으로 원목에서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재배방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톱밥배지에 종균을 넣고 품질과 생산량을 연중 고르게 하는 배지재배로 많은 농가들이 갈아타고 있다.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 데다, 원목 구입난과 인력난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서다.
하지만 편한 것만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배지에서 키운 표고는 맛과 향에서 도저히 원목 재배를 못 따라간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국내서 쓰는 배지는 중국 등지에서 수입이 많이 되는데 이에 대한 안전성도 아직까진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한살림 같은 단체에선 배지 표고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참나무가 얼마나 좋은데유. 국산 참나무로 톱밥을 내서 배지로 쓴다면 한번 해볼 만하겄지유. 거기다가 배지 표고가 결코 싸게 먹히는 것도 아니구먼유. 수입 배지는 3개월쯤 쓰는데 하나에 3,000원이나 해유. 3년 사용하는 참나무 원목 하나가 3,700원인데 말여유.”
물론 사람을 쓰는 문제가 고민이긴 하다. 원목 재배는 나무를 벌채하는 것에서부터 구멍을 뚫고 종균을 집어넣어 버섯을 발생시키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부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종균 주입에서 수확까지 1년 반 이상이 걸려 자금 회전도 상당히 더디다.
“사실 부부 둘이서 원목 4만 개를 취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유. 부부 노동력만으로는 한 2만 5,000개가 적당하지유. 또 말이 무농약 재배지 하우스 주변에 제초제를 못 뿌리니 풀도 전부 사람이 깎아야 하거든유. 아직까지는 두 내외가 젊으니 인건비 따 먹는 셈 치고 고생스럽더라도 참고 있지만유.”
젊다는 말에 부인 김순미 씨(39)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살짝 끼어든다. “다들 우리보고 젊다고 그래요. 도시에선 별로 젊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시골 어르신들은 웬만하면 육칠십 넘으시니까 우리가 젊어 보이는 거겠죠. 하지만 젊다고 해도 이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에요. 힘에 부칠 때도 많아요.” 오늘의 표고 생산이 결코 쉽게 얻어진 건 아니라는 뜻일 터다.


임업인으로 지역 위해 활발히 활동

표고 농사를 짓는 권씨는 벼 농사와 고추 농사 같은 복합영농을 펼치고 있다. 벼는 2만 3,140㎡(7,000평), 고추는 ‘먹을 만큼’ 짓는다.
“표고를 재배하는 임업인이라고 해서 그것만 해서는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유. 농촌에서 살아가려면 다른 농사도 지어야 하지유.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유. 농촌이라는 지역사회에서는 다들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거지유.”
권씨의 말에 따르면 임산물을 재배하는 임업인들이 현실에선 크고 작은 소외를 경험할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표고 재배자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지역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열정적인 자녀교육에서도 드러난다. 귀하게 얻은 딸아이가 다니는 거산초등학교는 2001년 전교생 34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자그마한 시골 분교였다. 하지만 권씨 같은 학부모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서면서 2005년 폐교는커녕 초등학교로 승격돼 화제를 모았다.
더구나 지역사회의 열렬한 지원과 관심으로 이 학교 학생들은 유기농 텃밭에 채소를 심고 운동장에서 토끼와 개를 키운다. 양봉 전문가와 함께 뒷산에서 꿀도 딴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농촌의 친환경을 활용한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생태·환경교육의 모범 사례로 거듭났다.


“봉사하는 자세로 살 것”

그는 농촌관광 마을인 ‘송악스머프마을’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송악스머프마을은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이자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주민들이 버섯 농사를 많이 짓는 데 착안해 버섯집에 사는 만화 주인공 스머프에서 따왔다.
“시골에선 돈을 악착같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남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야 몸과 마음이 편해유. 아까 제 꿈이 뭐냐고 물었지유? 크고 멋진 느티나무를 심어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제공하고, 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표고 농사짓는 거예유.”
선량함이 물씬 묻어나는 포부이지만 표고에 대해서만큼은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충남 전체적으로 표고 농가들이 줄어들고 있슈. 버섯 시장도 기업화되고 있다고나 할까유. 새송이나 팽이 시장은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 공산품이나 다름없어요. 표고도 배지방식으로 점점 변해가겄지유. 하지만 표고만큼은 우리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가 최고여유. 전 누가 뭐래도 끝까지 원목 표고를 지킬 거구만요”
그렇게 자부하는 표고를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건지 물었다. 자랑만 말고 맛 좀 보여 달라는 기자의 간접적인 타박이다.
“표고 맛있게 먹는 법이요? 인삼 2뿌리에, 더덕 1뿌리, 양파와 대파 조금씩을 넣고 물을 팍팍 끓이다가 그 국물에 버섯 샤브샤브를 해서 드셔 보세유. 쫄깃쫄깃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사르르 넘어갑니다. 표고 수확이 한창일 때 언제 한 번 들러유! 맛있는 표고 샤브샤브해 드릴게유!”
*권기안 씨 연락처 010-8816-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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