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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균을 접종한 지 1개월 정도 된 인공재배 송로버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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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에서만 자생하는 송로버섯을 인공재배 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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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복령·저령버섯의 실내 인공재배 기술을 개발한 이강석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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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서 원목에서 재배한 복령버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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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버섯을 자른 단면, 밀가루처럼 흰데, 건조시켜 가루를 내어 국수 등으로 요리해 먹으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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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로 쓰이는 저령버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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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해서 건조한 저령버섯. 검고 동그란 모양 때문에 저령(猪岺)버섯이란 이름이 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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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종의 자생 버섯을 인공재배 중인 연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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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트뤼플)은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매우 많지만, 인공재배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수십 년 연구한 유럽에서도 이제 막 노지재배에 성공한 정도. 그런데 국내 버섯전문가가 송로버섯의 재배기술을 완성했다. 더불어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복령·저령버섯의 인공재배도 가능해졌다.
맛과 향 뛰어난 세계 3대 진미 송로버섯
송로버섯은 유럽을 중심으로 미식가들에 의해 수세기 동안 최고로 평가받아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연산 송로버섯의 생산량은 약 40t 안팎으로, 100년 전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3% 정도밖에 안 된다. 반면 송로버섯의 인기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돼 송로버섯의 몸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현재 야생 유기농 송로버섯은 450g당 약 30만 원선에 판매될 정도. 한 레스토랑 주방 금고에 보관된 모습이 방송됐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고급 요리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송로버섯은 주로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지의 떡갈나무숲 땅속에서 자라는데, 나무뿌리 근처의 땅속 8~30cm 정도에서 자란다. 땅 위로는 보이지 않다보니, 유럽에서 많은 서양송로의 경우 몇 년씩 훈련받은 개나 돼지를 이용해서 찾는다. 작게는 호두 정도에서 큰 것은 주먹만 한 감자 같은 모양과 크기를 갖고 있다. 버섯의 표면은 흑갈색이고, 내부는 백색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갈색으로 변한다. 아직까지는 전적으로 자연에서 구하는 방식인데, 늦가을에서 겨울 중순까지 주로 채취한다. 이 시기 송로버섯에 대한 경매가 함께 진행되고 낙찰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한다. 현재 해외에서 일부 송로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오래된 떡갈나무숲에 농장을 만들어 자연 발생하는 송로버섯을 수확하는 식이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노지 인공재배기술까지 성공했지만, 여러 가지 자연조건에 따라 수확량이나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내 인공재배가 가능해지면, 고부가가치 송로버섯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송로버섯 실내재배 길 열었다
충북 청원군에 자리한 신농버섯연구소. 이곳 이강석 소장은 10여 년의 연구 끝에 송로버섯 실내 인공재배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송로버섯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지의 떡갈나무숲 땅속에서 둥근 덩어리 형태로 자라는데, 자연채취만 해왔습니다. 1파운드(450g)당 3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돼, 재배 가능한 농작물 가운데 가장 고부가가치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소장이 처음 버섯에 관심 가진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다.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다 버섯이 좋아 농업고등학교로 전학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송로버섯 균사가 식용할 수 있기까지 2~5개월 걸리고 시설과 자재, 자본도 필요한데, ‘그냥 좋아서’ 하다보니 나중엔 연구 장비를 팔아야 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배지연구에만 몇 년이 걸렸다. 재배기술을 발견하기까지 주변의 모든 재료를 배지에 영양분을 넣어가며 실험했다. 일반 버섯 재배에 활용하는 재료는 기본이고, 심지어 김치 국물까지도 배지에 포함시켜봤다. 무려 10년 이상,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다 송로버섯 생산에 맞는 배지 속 영양분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송로버섯 인공재배엔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도 들어갑니다.” 기술개발 후에 이를 알리고, 규모화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송로버섯 소비가 가장 많은 프랑스조차 수십 년 연구하면서 노지재배만 성공한 터라, 제가 실내 인공재배 했다는 걸 믿지 않았죠. 우선 규모화해서 대량생산해야 수출이든 내수든 공급할 수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장비·자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올봄 실내재배한 송로버섯 샘플을 프랑스에 보냈으니, 이제 조금씩 수출 물꼬를 트지 않을까 싶네요.” 재배사 건축, 생산설비, 배지연료, 인력만 갖춰진다면 수확량은 하루 2만 병 기준으로 연간 약 1t가량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유럽과 미국의 송로버섯 시장은 약 1조 원 규모, 수출 위주로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한약재 복령버섯, 생산량 줄어 ‘귀하신 몸’
송로버섯이 유럽 미식가들을 사로잡았다면, 복령버섯과 저령버섯은 동양 한의학자들이 첫손에 꼽는 버섯이다. 이강석 소장이 인공재배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도 이들 세 버섯의 공통점이다. 복령버섯은 죽은 소나무 그루터기 주위 땅속에 들어 있는 버섯이다. 옛 문헌에 ‘산신령이 아들을 살려주신 약재’라 해 복령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10~30cm의 둥글고 길쭉한 모양을 가진 이 덩어리는 색깔에 따라 백복령 또는 적복령이라고 불린다. 예부터 귀한 한약재로 쓰였으며, 남녀노소 모두에서 유익한 버섯이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동의보감』에 ‘입맛을 좋게 하고 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며, 폐위로 담이 막힌 것을 낫게 하고 신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소갈을 멈추게 하고 건망증을 낫게 한다’고 나와 있다. 민간에서도 여러 용도로 복령버섯을 활용한다. 복령 가루와 꿀을 섞어서 잠자기 전에 얼굴에 바르면 살결이 고와지고, 주근깨가 없어진다. 복령으로 담근 술도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허약한 데, 위장 기능이 약한 데에 효능이 있다. 산후풍으로 몸이 붓고 어지러우며 맥이 나른하며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거나 시릴 때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복령버섯의 미용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화장품 원료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스페인의 한 화장품 원료업체는 복령버섯의 균사체로부터 얻어진 추출물을 원료로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했다. 복령 추출물은 피부 내부의 히알우론산(보습 기능을 함) 소실을 막고, 피부 내 단백질의 일종인 ‘CD44’의 생성량을높인다. 쉽게 말해, 피부층을 튼튼하고 두껍게 해주면서 피부를 밝게 만들고 주름을 감소시켜 준다. 복령버섯이 장년기 및 갱년기 피부노화 개선에 효과적인 원료로서 화장품 시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복령버섯 인공재배, 100% 국산 십전대보탕 완성
이 소장은 소나무나 참나무 원목에 복령버섯 종균을 접종하는 방법으로 실내 인공재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복령버섯을 땅에 묻어 재배했다. 하지만 이물질이 함유되어 상품가치가 떨어져 4년의 연구 끝에 지금의 복령재배 기술을 완성했다. 보통 50평에서 재배할 때 생산비로 350만 원 정도 드는데, 1년에 2번 수확할 수 있고 한 번 수확할 때 1,500만 원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복령 재배법은 특허신청해 놓은 상태다. 복령을 이용한 화장품, 복령죽, 복령주 등 가공상품 생산원료로 가치가 높아서다. 더불어 복령버섯을 잘라보면 밀가루처럼 하얀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건조분말로 국수 등을 만들어 가정에서 먹어도 좋다. 최근에는 복령버섯 계약재배 성과도 거뒀다. 복령버섯의 인공재배 기술개발을 계기로 한국인삼공사와 복령 재배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 한국인삼공사에서 생산하는 십전대보탕 제품 중 그동안 복령버섯만 국산이 아니었는데, 그가 생산한 인공재배 국산 복령버섯으로 이제 완벽한 국산 원료 십전대보탕이 나오게 됐다. “복령버섯은 예부터 귀한 한약재로 연간 국내 소비량이 3,000t 이상인데 모두 중국산을 쓰고 있어서 국산화가 필요한 실정이에요. 안전성 문제도 있고, 중국 내 생산량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거든요.”
국산 저령버섯에 일본 제약회사 러브콜
국산화가 시급한 건 저령버섯도 마찬가지다. 저령버섯은 중국에서는 단풍나무 뿌리에 발생하는데, 단풍나무 외에 무궁화, 자작나무류, 상수리나무류 등의 뿌리에서 볼 수 있다. 서늘하고 조금 건조하며 풀이 잘 자라지 않은 곳에서 잘 자란다. 생강 비슷한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고 갈색이며 주름이 져 있다. 단면은 백색이거나 연한 갈색을 띠며 절반쯤 목질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그랗고 검은 모양이 돼지의 똥과 비슷하다 해서 저령버섯이라 이름 붙었다. 저령버섯에는 에르고스테롤, 비오틴, 당류, 단백질 등이 들어 있다. 맛이 달고 이뇨 작용이 강해, 먹으면 소변의 양이 증가함과 동시에 나트륨, 칼륨, 염소 이온의 배출도 늘어난다. 특히 항암 효과가 알려지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해 값이 비싼 버섯이다. 연구에 의하면 세포 면역을 증강시키고 체액 면역을 억제해, 항균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장은 복령버섯처럼 한약재로 쓰이는 저령버섯도 실내 인공재배 기술을 개발했다. 얼마 전에는 해외수출도 시작했다. 중국산 저령버섯을 써오던 일본의 제약회사가 중국 내 저령버섯이 고갈되고 있어, 그가 생산한 저령버섯을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송로·복령·저령 외에도 꽃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성공했고, 송이버섯·동충하초 등은 자연산 품질 이상의 인공재배 생산기술을 연구 중이다. 특히 능이버섯은 천연조미료 원료로 쓰는 표고버섯보다 핵산 성분이 월등히 높아, 인공재배 기술을 개발해 국내 천연조미료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오겠다는 목표도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버섯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시장·마트에 가보면 판매하는 식용 버섯은 10가지 남짓이에요. 하지만 중국은 무려 600종류의 버섯을 먹습니다. 일본이나 유럽도 버섯 소비가 상당하구요. 몸에 좋지만 대량생산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잘 알려지지 않은 복령·저령버섯의 소비가 늘었으면 합니다. 농가 계약재배 등을 통해 국내 생산량이 늘어나면 한약재 버섯의 국산화에도 기여할 거라 생각합니다. 송로버섯은 수출 효자품목이 될 수 있겠죠. 지금 당장은 규모화가 어렵지만, 점차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