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버섯

능이버섯

강토백오 2011. 11. 27. 21:07

가을은 바야흐로 산 버섯의 계절, 버섯의 왕 ‘능이버섯’
글·사진 / 김산들 (디지털 농업)
능이버섯의 단면. 고기처럼 결이 보이고 맛과 향에서도 쇠고기의 느낌이 난다.
능이는 육류와 잘 어울리고 향이 좋아 각종요리에 두루 쓰인다.
예부터 최고의 맛과 향을 지닌 버섯으로 꼽히던 능이버섯
최근에는 건강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야생 채취에 의존하는 적은 양이지만, 전국 곳곳에 전문음식점이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요리법도 개발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보양식으로 먹는 능이백숙이다.
건조시킨 능이버섯. 향이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능이버섯과 싸리버섯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이 외에도 능이·송이버섯을 함께 담은 선물세트가 명절 기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된다.

맛과 향이 뛰어난 버섯들이 한층 향기로운 산을 만드는 가을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능이버섯. 우리 조상들이 버섯을 평가한 순위, 1. 능이 2. 표고 3. 송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가의 버섯으로 알려진 송이버섯마저 밀어내고 최고로 꼽힌 버섯이 바로 능이버섯. 표고버섯처럼 인공재배 되지도 않고 송이버섯처럼 이미지 만들기에 성공하지도 못했지만, 버섯 맛을 안다는 이들 사이에선 이미 인정받았다.



능이요리 인기 곳곳에서 입증

충남 금산군은 인삼 주산지답게 해마다 9월 인삼엑스포를 연다. 행사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요리달인선발대회’. 올해 대회에선 ‘인삼능이버섯전골’이 대상을 차지했다. ‘장뇌삼전복보양백숙’, ‘한우안심말이찜’ 등 귀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쟁쟁한 요리를 제치고 능이버섯이 최고의 요리로 인정받은 것이다.
능이버섯은 참나무 뿌리에서 균생하는 민주름 버섯목 굴뚝버섯과에 속하는 버섯이다. 10cm 높이에 나팔꽃처럼 핀 깔때기 모양으로, 갓의 크기가 7~40cm이고 높이는 7~30cm까지 자란다. 갓 표면에는 솔방울 모양의 거칠고 큰 인편이 있다. 생육 초기에는 연한 붉은빛이 도는 갈색 또는 연한 갈색빛이 도는 흑색을 띠다가, 차차 붉은 갈색과 갈색이 된다. 자실층에는 길이 1cm 이상의 많은 은침이 돋아나 있고, 자루는 길이 3cm로 비교적 짧고 뭉뚝하다. 대 기부까지 침이 돋아나 있고 담홍갈색~담흑갈색이다. 조직이 단단하면서 흰색의 불완전한 턱받이가 특징이다.
능이는 주로 활엽수(참나무 등)의 뿌리 위에서 자라며, 습하지 않고 배수가 잘 되며 직사광선이 아닌 은은한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주로 자란다. 토질은 마사가 비교적 많이 포함된 곳에서 자생하는데, 요즘은 낙엽층이 두꺼워 버섯이 자라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자생 버섯이 점차 줄고 있다. 한자리에 여러 개의 버섯이 무리를 이루며 해마다 같은 장소의 주변에서 발생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능이버섯의 자생지는 경기도 포천 주위 운악산, 백운산, 청계산, 명지산 등이나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능이버섯은 백로(양력 9월 8일) 이후, 비가 오고 난 다음 약 5일 이내 발견할 수 있다. 10월 중순경까지 채취가 가능하나 그해 기온과 비 오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채취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하면, 자생지라 해도 능이버섯을 쉽사리 구경할 수 없다.
또한 능이버섯을 채취할 때 비슷한 다른 버섯과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갓 윗면에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까칠까칠한 비늘이 없을 뿐 거의 비슷한 개능이(무늬노루털버섯, 독버섯), 갓 밑면에 뾰쪽뾰쪽한 바늘의 형태가 없고 갓 중심부에 구멍이 뚫려 있지 않은 노루털버섯(식용) 등이다.
일단 채취하고 나면 판매는 쉽다. 전문음식점에 공급하거나, 건조시켜 인터넷 판매도 된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버섯 전문 쇼핑몰 등 판매되는 곳이 제법 많지만, 금방 ‘품절’이라고 표시될 정도로 수요가 훨씬 많다.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암세포 억제 성분 함유

능이버섯은 예부터 식용과 더불어 약용으로 사용됐다.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능이버섯 달인 물을 마시는 민간요법도 있었다. 식용으로 먹을 때도 고기요리와 잘 어울려 여러 가지 고기요리에 두루 쓰였다. 특히 능이버섯을 쇠고기와 함께 요리해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고 말할 정도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성분이 과학적으로 규명됐고, 기능성 성분도 속속 드러났다. 전체의 32%가 단백질 성분이며, 유리아미노산이 23종, 지방산 10종, 미량 금속 원소 13종과 유리당도 들어 있다. 능이버섯의 가식부 100g 속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는 비타민 B₂ 1,129mg, 비타민 C 86.38mg, 프로비타민 D₂가 15.34mg 함유돼 있다. 특히 능이버섯 속에 혈중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하시키는 성분(에리타데닌; Eritadenine)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용가치가 높아졌다.
국내 연구진이 고지방 상태인 비만 쥐에 6주 동안 능이버섯 분말을 섭취시킨 결과, 고지방식이를 먹인 쥐 혈청의 중성지방, 총콜레스테롤의 양은 증가했지만 능이버섯 분말을 먹인 쥐는 증가하지 않았다. 능이버섯이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건강식품의 하나로 이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암세포를 억제하는 다량체(렌티난; Lentinan) 함량도 상당히 높다. 두 성분 모두 의약품으로 인가된 성분이다. 연구 결과, 암세포에 대한 능이버섯 추출물의 세포독성은 폐암, 자궁암, 위암, 간암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위암에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과 향이 뛰어난 동시에 건강 기능적 가치도 높은 것이 증명된 셈이다.
최근에는 분해효소 쪽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능이버섯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가 다량 함유돼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민간요법에서 활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천식과 감기에 효과가 커 물을 끓여 먹기도 한다.
이처럼 능이버섯은 많은 질병에서 특별한 효능을 보여 약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능이버섯 한 줌에 0.6ℓ의 물을 넣어 약한 불에 달여 먹으면 급성위염에 효과가 있고, 소화기능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떫은맛이 있어, 한 번 데쳐 떫은맛을 빼낸 뒤 조리해야 한다. 또한 날것으로 먹으면 중독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건조 보관이나 가열 조리해야 한다.


능이버섯은 산촌마을 경쟁력에도 도움

이렇다보니 능이버섯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송이버섯체험이나 송이요리로 특화된 산촌마을에 이어 능이버섯도 산촌마을 경쟁력 강화에 한몫하고 있다.
강원 인제군은 지역 웰빙 향토가공식품으로 능이버섯 분말이 들어간 김치를 선정했다. 전국 최대의 산림을 보유한 인제군은 지난해 능이버섯이 대풍년을 이룬 지역이다. 가격도 kg당 4만 원에 달해 농가소득원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올해는 김치가공에도 능이버섯을 첨가해 고부가가치 가공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피서철부터 영업에 들어간 강원 양양군 농가맛집 달래촌은 능이버섯을 대표 메뉴로 내놓았다. 38가구 주민이 조금씩 출자해 만든 달래촌은 농특산물과 문화를 활용한 이야기가 있는 농촌형 식당. 송이와 능이버섯 등 유기농과 천연 산채를 주재료로 능이버섯전골밥상, 송이구이요리, 버섯비빕밥, 버섯밥상 등 7종의 메뉴를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체험마을에 능이버섯을 접목한 경우도 있다. 전남 곡성군 봉조마을은 능이버섯으로 체험마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른 지역과 비슷한 작목보다는 몸에 좋고 귀한 능이버섯으로 소비자들이 찾도록 만드는 것. 여러 가지 요리를 개발해 판매하고, 각종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남 곡성군 오곡면 봉조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데 봉조마을을 찾는 체험 탐방객 수는 연 1만 명이 넘는다. 전남지역 농촌체험마을 중 단연 돋보이는 유치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런 유명세 덕분에 매실, 능이버섯, 밤 등 마을의 친환경 농산물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약용·식용 모두 유망, 1~2년 내 인공재배도

능이버섯은 버섯 중에서도 유독 강한 향이 새롭게 주목받는 중이다. 능이버섯은 흙냄새, 강한 풀냄새, 꽃향기, 나무향기, 고기 또는 우유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향을 낸다. 게다가 말리면 향이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전골 등 끓이는 요리를 하는 데 적당하고, 고기 등 특유의 냄새가 있는 식재료와 함께 쓸 때 효과적이다.
천연조미료의 원료시장에서도 능이버섯은 블루오션이다. 현재 천연조미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고버섯보다 핵산 성분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앞으로 쓰임이 많을 버섯이다.
현재 능이버섯의 연간 채취량은 50~60t. 아직까지는 균 분리가 어렵고 인공재배가 되지 않아 여전히 자연채취에 의존하고 있다. 가격은 지난해 기준 생능이는 1kg당 8만 원 이상, 냉동 능이버섯도 1kg에 6만 원이 넘는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오는 등 일기가 좋지 않아 수확량이 줄어들 거라는 게 산지의 얘기다.
이처럼 작황에 따라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강원도, 경상북도 등 능이버섯 주산지의 지자체들은 능이버섯 인공재배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능이버섯 인공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송로버섯, 복령·저령버섯 인공재배에 성공한 충북 청원군 이강석 씨가 절반 이상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적정 배지를 찾고 균 접종하는 단계까지는 알아낸 상태”라며 “올해 안으로 인공재배 능이버섯이 나올 예정이며,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데는 1~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걸로 본다”고 밝혔다.
인공재배 능이버섯이 농가에서 생산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인공재배 기술의 실마리는 풀린 만큼 앞으로 유망 소득작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더불어 능이버섯의 건강기능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약리적 효과를 이용한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시장은 충분히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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