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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강토백오 2011. 11. 27. 21:24

백합나무 밀원수종 가치 및 전망
글·그림 / 유근옥 (국립산림과학원 외래수종연구실)
우리나라 벌꿀 생산량(2만 3,000t)의 75%가 아까시나무 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지구온난화 등 기상변화와 황화 현상 등의 피해에 의한 아까시나무숲의 급격한 쇠퇴로 2004년 10%, 2005년 60%, 2007년 60%의 꿀 생산량이 감소되어 양봉농가에서는 비상이 걸려 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아까시나무 재조림 및 대체 밀원수종 개발 요구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아까시나무 재조림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까시나무 천연분포지역은 미국 동부지역으로 우리나라 기후풍토와 유사하여 조림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의 이상기온은 아까시나무는 생태적, 생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하여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 확실한 대책 마련은 어렵다. 이와 유사한 현상으로 일본 북해도와 백두산, 만주지역에서 들여와 성공한 자작나무 임분들의 쇠퇴현상과 미국에서 도입되어 환경수, 정원수로 보급 성공하였던 은단풍나무 소멸 현상도 동일한 사례이다. 자연의 현상을 인위적으로 방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부 학자들은 헝가리의 아까시나무 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재도전을 권장하지만, 헝가리 초창기 경제조림 육성수종의 목표는 유럽참나무(일명 독일참나무)였다. 그러나 임지가 평탄하면서 모래 성분이 많은 헝가리의 산림토양은 참나무 적지로는 부적합하였으며 아까시나무의 최고 적지였다. 이에 참나무 목재 대안 수종으로 아까시가 선택되었다.
우리나라 산지여건에 가장 잘 적응하면서 극성상을 이루는 수종은 참나무와 서어나무류이다. 아까시나무를 지난 1960년부터 전국적으로 30만 ha 이상의 면적에 조림하였으나, 현재 1만 ha 미만의 아까시나무 임분만이 남아 생존하는 것을 보아도 우리나라 산지에서 아까시나무 조림적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아까시나무의 천연분포지에서도 토양이 매우 건조하거나 단단한 토양에서는 생육이 빈약한 반면에 토양습도가 충분하고, 비옥도가 높은 임지, 특히 평탄지에서 생육이 우수하다. 그러나 경사 25° 이상에서는 생존율이 극히 떨어지는 수종이다.
본문에서는 쇠퇴하는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밀원수종으로 백합나무의 특성과 꿀 생산량 등을 소개하여 주요 밀원자원 소멸에 고심하는 양봉농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백합나무와 아까시나무의 자생지의 환경과 생장비교

백합나무는 미국 동부지방이 원산지로 천연분포지는 <지도 1>과 같이 아까시나무와 유사하나 아까시나무보다도 천연분포지역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기후와 토양여건에서 생육하고 있는 적응력이 뛰어난 수종이다.

1. 아까시나무
아까시나무 천연분포지역은 북미 동부지역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일부에 넓은 분포지역을 점유하고 있다. 생육적지는 화강암 모암으로부터 생성된 습윤한 토양의 평탄지에서 우수한 생장을 보이지만, 척박한 임지에서는 다른 수종들과 경쟁에서 밀려난다. 또한, 원산지에서는 이외로 아까시나무 목재산업이나 밀원 확보 수종으로 주요 인공조림 수종에서 제외되고 있다.
아까시나무가 원산지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중요한 용재수종은 아니지만 다양한 목적으로 나름대로 유용한 특성을 보유한 수종이다. 어릴 때 생장이 빠르고 질소고정능력을 가지고 있어 방풍림과 장식용으로 일부 식재되고 있으며, 펄프와 연료림 그리고 야생동물의 쉼터와 어린잎은 사슴들이 좋아하는 먹이로 소개되고 있다.
원산지에서 아까시나무 생장은 일반적으로 수고 12~18m, 흉고직경은 30~76cm이나 최고의 적지에서는 수고 30m, 흉고직경 120cm까지 자란다. 생장패턴은 유시생장은 신속하나 수령 30년이 지나면 급격히 생장이 떨어진다. 또한, 천근성(賤根性) 수종으로 태풍 등의 강풍에 도복하기 쉽다.
이에 반하여 헝가리에서는 아까시나무를 북미 원산에서 도입하여 산림면적의 20%에 41만 ha에 조성, 연간 150만 ㎡목재를 벌채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밀원식물로 개발하여 조기개화, 만기개화, 다밀성 등의 품종을 개발하여 세계 제1의 꿀 생산국가로 도약하여 임산물 생산증대에 성공한 사례로 전 세계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사방조림용으로 보급하여 효자나무 역할을 하면서 농가의 연료림으로 유용하게 사용하였으며, 그 이외에 벌꿀생산에 주요 밀원자원식물로 역할을 담당하여 한국의 밀원자원의 기둥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백합나무
백합나무의 천연분포지역은 아까시나무와 유사하지만 비교적 넓은 분포지역에서 생육하고 있으며, 토양의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성질 등의 다양한 토양에서 번성한다. 원산지 미국 동부지역 활엽수 중에서 거대하게 자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나무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육적지는 낮은 야산의 경사지나 산림에서 활 모양으로 오목하게 굽혀 올린 입지 중에서 토심이 깊으면서 유기질이 풍부하고, 약간 건조한 장소에서는 수령 30년까지 신속한 생장을 보이기도 한다.
백합나무 목재가 상업적인 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조립형 건축과 가구재로 사용되는 활엽수 목재 부족현상이 급증하면서, 다루기 쉬우며 변형이 없는 목재의 특성을 지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산지에서 중요한 밀원자원수종으로 아까시나무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는 반면에 백합나무는 밀원수종으로 벌꿀 생산 가치가 높다고 홍보되고 있으며, 기타 넓은 공간의 정원수로 적당하며 야생조수 먹이로 유용한 수종으로 홍보하고 있다.
원산지에서 백합나무 생장은 일반적으로 수고 30~45m, 흉고직경은 60~150cm이나 최고의 적지에서는 수고 61m, 흉고직경 240~370cm까지 거대하게 자란다. 아까시나무는 일반적으로 100년의 수명에 비하여 200~250년이나 간혹 300년까지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보다도 천연분포지역이 4배 정도 넓으며, 침엽수와 유사하게 척지성이 강한 활엽수종으로 우리나라의 열악한 산지여건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심근성(深根性) 수종으로 타 수종에 비하여 풍해에 강하다.
우리나라에는 1921년 조선총독부 시절에 처음 도입되어 정원수, 가로수 등으로 조림되었다. 백합나무 적지는 습윤하고 비옥한 토양에서만 가능하리라는 일반인들의 예측은 오인된 판단이다.


백합나무와 아까시나무의 벌꿀 생산량 비교

백합나무의 화밀 생산에 관한 원산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년생 한 그루당 꿀 생산량은 1.8kg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양묘협회에서 보고한 20년생 아까시나무는 2.0kg이다. 이와 같이 주요 밀원수종인 아까시나무와 유사한 꿀을 생산한다.
밀원식물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벌꿀 생산량에 의하여 평가되지만, 한편으로 개화 기간도 벌꿀 생산량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도표 1>을 보면 백합나무와 아까시나무 두 수종에서 꽃 한 송이의 개화 기간은 유사하다.
즉,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 꽃이 만개할 무렵인 5월 중·하순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한 송이의 개화 기간은 7~12일로 아까시나무와 비슷하지만, 아까시나무는 한 그루의 개화기간은 아까시나무가 7~14일인데 비해 백합나무는 20~30일로 채밀 기간이 더 길다. 이유는 백합나무 꽃은 송이별로 연속적으로 개화하며, 아까시나무 꽃은 전체가 일시에 피고 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백합나무 개화 기간은 아까시나무보다 2배 정도 길다.
꿀의 맛과 향기에서 아까시나무는 향기롭고 달콤하나, 백합나무 꿀은 초콜릿 향기가 짙다. 원산지에서 백합나무 벌꿀은 미국의 애팔래치안 산맥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꿀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백합나무 벌꿀은 진한 갈색으로 부드럽고 매력적인 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꿀에 비해 말토스(Maltose)와 미네랄 함량이 높아 건강식품으로 선호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화석식물 백합나무는 생명력이 끈질긴 수종
최근 화석에 의한 고식물학적, 분자생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백합나무는 약 1,000~1,600만 년 전 신생대 제3기 구(古) 제3기에서 신(新) 제3기까지 2수종으로 분화하여 각기 미국과 중국 대륙에 정착하였다고 보고되고 있다.
북미에 분포하는 백합나무의 경우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 시대까지 16종이 번성하다가 빙하기 시대에 15종이 사라지고 천연분포지 가장 남쪽지역에 생육하던 현재의 백합나무 1종만이 생존하여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동부지방 전역으로 전파되어 분포하는 화석식물로 알려져 있다(지도 2).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생존하여 번성하고 있는 백합나무는 북미에 분포하는 백합나무(Lirodendron tulipifera L)와 중국에서 서식하는 중국백합나무(L. Chinensis Sarg.) 2종류가 있다.
이들 수종들은 형태적으로 아주 유사하나, 미국백합나무에 비하여 중국백합나무는 생장 및 수형이 왜소하며, 꽃의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오렌지색 밴드가 중국백합나무에는 없다.
백합나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필자도 최근에 입수하였다. 백합나무가 우리나라 한반도에서도 신생대에 번성하였다는 사실이다. 식물화석은 북한의 함경북도 경원과 명천, 남한의 경북 영일과 월성지역의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2,300만 년 전~530만 년 전) 초·중기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공룡이 살았던 한반도 신생대에 살았던 백합나무가 빙하기에 사라진 후, 우리나라에 다시 돌아온 시기는 1920년대로 알려져 있으며, 1970년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경쟁력 있는 목재생산을 목적으로 원산지인 미국 동부지역에서 도입하게 되었다. 한반도에 백합나무가 2,000만 년이라는 타임캡슐을 타고 다시 돌아온 셈이다.
백합나무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약 7,000만 년 전에 나타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어서 은행나무,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화석식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신생대 중기까지 북반구 전역에 분포했던 악토터셔리(Arcto-Tertiary) 수종으로 목련과 함께 대표적인 수종이다.
이와 같이 고식물학적 근거에 의하면 백합나무 우리나라 고대 향토수종이다. 오랜 세월 속의 고난과 풍랑의 시기를 넘겨 오늘날까지 살아온 끈질긴 생명력은 백의민족의 기질을 빼어 닮았다.


금후 백합나무 확대 조림 추진방향

산림청에서는 2010년부터 기후온난화에 대비하여 화석연료 대체에너지 개발을 목적으로 아래의 <표>와 같이 2020년까지 10만 ha를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상 수종은 참나무류, 자작나무, 아까시나무, 포플러, 리기테다소나무, 백합나무 등 6수종을 선정하였다. 이 중에서 주 수종인 백합나무는 <도표 2>와 같이 2011년까지 1만 4,000ha를 조성하였으며, 2020년까지 6만 ha를 조성할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상조림지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27%에 조림되어 있는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갱신 대상 임분과 불량임지를 목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조림적지 선정은 토지생산성이 높고, 임도 등 기계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지리적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으로 선정되고 있다. 또한, 집단화·단지화 조성이 가능한 대면적 조림지는 도로, 임도 등 기반시설을 집중 투자하여 확대조림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도 2. 북미지역의 백합나무 이동경로
백합나무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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