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송(일본잎갈나무; Larix leptolepis)은 도입수종으로 한반도 기후에도 통직하게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요 조림수종 중 하나이며 생산된 목재는 토목, 가구, 건축재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한편 낙엽송은 이름에 있듯이 낙엽이 지는 소나무로 녹색의 잎(침엽)이 가을에 노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노란색의 낙엽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낙엽송을 특히 좋아하는 이도 많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낙엽송 조림용 개량종자의 생산 및 보급을 위해 국내에서 생장이 우수한 낙엽송 145본을 선발하였고, 선발목으로부터 접수를 채취, 접목하여 이들 접목묘로 국내의 3개 지역에 1968년부터 1983년까지 종자를 생산하기 위한 270ha의 종자생산원(채종원)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조성된 낙엽송 채종원에서 종자생산은 1977년부터 시작한 이래 2008년도까지 연평균 종자생산량은 50kg 전후로 저조한 실정에 있다. 한편 낙엽송은 국내의 주요 조림수종으로 종자 수요는 계속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 내용은 수령 30년생 이상의 낙엽송을 대상으로 한 종자결실 증진을 위한 환상박피 처리 방법과 그 처리 효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낙엽송의 종자결실 특성
낙엽송은 일반적으로 수령이 25년 이후가 되어야 종자결실이 되어 다른 수종에 비해 종자결실 수령이 높고, 결실량도 저조한 수종이다. 또한 결실 풍흉의 주기가 5~7년으로 한 번 풍년이 들면 5~7년이 지나서야 다시 다량 결실을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관계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곳에 분산하여 다른 수종에 비해 넓은 면적의 채종원을 조성하였다. 낙엽송은 6월 중순부터 7월에 걸쳐 잎눈의 원기가 변형되어 암꽃 및 수꽃의 꽃눈(화아 원기)으로 형성되고 그 다음해에 개화되어 종자결실을 하게 된다. 한편 낙엽송 꽃눈은 꽃눈 형성 시기에 온도가 높거나 일조량이 많으면 꽃눈 형성에 유리하다. 채종원에서 다량의 종자를 결실한 전년도의 기상 특징을 보면 꽃눈 형성 시기에 다른 해에 비해 일조량이 많거나 온도가 높았다. 일반적으로 낙엽송은 고립목 형태의 나무에서 결실이 많이 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고립목에서 종자를 채취하여 조림을 하면 유전적인 형질이 불량하여 좋은 목재를 생산할 수가 없다. 또한 종자의 충실률, 발아율, 유전 다양성 등 종자의 품질은 종자생산이 흉년인 때보다도 풍년일 때 더욱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상박피 처리방법
낙엽송은 종자의 생산이 매우 저조한 수종인 관계로 종자결실 증진을 위해 호르몬 처리, 비료주기, 환상박피 처리, 철선 결간, 뿌리 끊어주기(단근) 등의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방법 중 채종목에 환상박피 처리를 하는 방법이 종자생산 유도에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채종원에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식재된 나무를 채종목이라 한다. 환상박피(이중나선형의 환상박피) 처리는 나무의 주간이나 가지 둘레를 2단의 나선형으로 박피를 하는 것으로 즉 나무 주간 또는 가지에 상부의 반월형 박피와 하부의 반월형 박피가 대칭이 되도록 박피를 한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나무(채종목)의 주간에 처리할 경우 박피의 띠폭(A)은 채종목의 상태를 고려하여 결정하는데 통상 흉고직경이 20cm 이상인 경우 0.5cm에서 3cm 미만으로, 반월형의 환상박피 길이는 주간 둘레의 60%까지로, 박피 상부 및 박피 하부가 겹치는 띠 부분의 길이는 1~4cm(C)로 하고, 상부와 하부의 반월형 박피 띠 간의 간격(B)은 10cm 전후로 처리한다. 박피는 외피, 내피 및 사부를 포함하는 수피 부분을 벗겨낸다. 다시 말하면 목부의 형성층이 나타나는 부위까지의 깊이로 박피를 한다. 환상박피 처리 시기는 개화 이후부터 낙엽송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의 눈(신초)이 출현하는 시기 이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해발고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처리를 해야 한다. 특히 6월 이후 처리한 경우 환상박피한 부위가 처리 당년도에 재생되지 않아, 다음 해에 나무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잎의 출현 시기가 지연되는 등 구과의 발달에 영향을 주어 종자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환상박피 효과는 처리한 그 다음해의 종자결실에만 효과가 있다. 이는 환상으로 박피한 부위가 1년 이내에 대부분 재생되어 정상적인 생장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 전년도에 다량 종자를 생산한 채종목에는 채종목의 보호를 위해 환상박피 처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환상박피 처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환상박피 처리를 적절한 방법으로 적정 시기에 처리하는 것과 더불어 채종목의 수광량을 극대화시키는 조건으로 간벌, 수형 조절, 하예작업 등이 사전 요구된다. 이러한 사전 작업이 없는 조건에서는 환상박피의 처리 효과가 극히 저조해진다.
환상박피 처리 효과
채종원이 조성되어 있는 국내의 3개 지역에 환상박피 처리를 한 결과 3개 지역 모두에서 전체 낙엽송 채종목 중 90% 이상이 암꽃을 개화하였고, 반면 무처리 목에서는 지역 간에 차이가 있지만 45% 이하가 개화되었다. 즉 환상박피 처리에 의해서는 대부분의 낙엽송 채종목이 개화되어 착과하는 착과유도 효과가 있었다. 또한 착과목당 평균 착과량도 무처리목보다 환상박피 처리에 의해 10배 전후로 높게 착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환상박피 처리에 의해 낙엽송 채종원은 조성된 이래 가장 많은 채종목에서 착과가 되었고 또한 개체목당 평균 착과량도 가장 많았다. 특히 환상박피 처리 효과는 채종목이 종자생산 가능 수령에 도달한 채종목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한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간벌, 수형조절 등 적절한 사전 처리가 없었던 채종원에서는 환상박피 처리에 의해 착과유도 효과는 있었으나 착과목 비율이나 착과량이 사전 처리한 지역보다 매우 저조하였다. 한편 환상박피 처리에 의해 90% 이상의 채종목이 착과하여 종자생산에 기여하였기 때문에 종자의 유전다양성이 높아지고, 발아율이 높아지는 등의 종자품질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상박피 처리에 따라 채종목 수체 내의 대사물질 함량도 변화가 있어 꽃눈이 형성되는 시기에 수크로오스, 인산, 유리아미노산 등의 함량이 증가하였고, 이노시톨, 말릭산, 일부 이탄당의 함량 등은 감소하였다. 앞으로 이러한 대사물질의 변화 연구 등의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 꽃눈(화아)을 유도하는 기작 구명이 진행됨으로써 낙엽송 종자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맺음말
종자결실 증진을 위한 환상박피 처리는 낙엽송 채종목의 생장 특성, 채종목이 위치한 환경 특성, 기후변화 특성 등에 따라 적절한 처리방법이 요구되므로 획일적 처리는 채종목의 생장 및 종자생산에 피해를 줄 수가 있다. 현재 낙엽송은 우리나라에서 목재생산에 적합한 수종 중의 하나로 앞으로도 그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바이오에너지원 육성과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건축의 주요 용재로써 낙엽송은 중요한 산림자원이 되고 있다. 따라서 낙엽송 채종원에서의 개량 종자생산을 위한 채종원의 지속적인 무육관리 방법의 개선과 종자생산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현재는 환상박피 처리방법이 낙엽송 채종원에서 종자결실 증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으로 생각되나 궁극적으로는 채종목에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고 종자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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