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1일! 나고야의정서 채택! 이날은 아마도 세계 각국이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지구의 생물자원 보호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지 18년 만에 일궈낸 결과물이다.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를 기본으로 규정한 ‘나고야의정서’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점차 멸종해가는 생물을 보전하여 자손 대대로 물려줄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각국의 경제적 이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특히 생물 유전자원의 원산지인 개발도상국들은 최대 쟁점이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이를 이용해 기술을 개발해 많은 이익을 얻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개발도상국의 유용한 유전자원을 개발해 얻는 이익을 선진국들이 독점하지 않고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유 생물자원은 약 10만여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3만 6,900여 종만이 조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풍부한 생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많은 유전자원이 해외로 유출되도록 방치해왔다. 구상나무와 미스킴라일락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유전자원의 유출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유전자원 유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대책은 없는 것 같다. 산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면서 현재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희귀식물목록에 기록되어 있으며,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산개나리의 자생지는 거의 파괴되었으며, 개체수조차 매우 부족하여 시급한 보존대책이 없다면 멸종에 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종이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늦었지만,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체계적인 보존과 복원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산개나리를 대상으로 그들의 생육환경 분석과 보존 및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본 자료는 희귀식물 산개나리의 보존 및 복원을 위한 연구과정에서 도출된 자료들을 정리한 것으로, 이 정보가 사라져가는 산개나리의 멸종을 막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개나리의 유래 및 분포
개나리는 1784년 처음으로 툰베리(C.P. Thunberg)에 의해서 Syringa suspensa로 분류되었으나, 1804년 네덜란드 식물학자(M. Vahl)가 윌리엄 포시스(William Forsyth, 영국 켄싱턴궁 왕립식물원 감독)을 기념하기 위해 포시티아(Forsythia)로 이름을 붙였다. 개나리(골든벨, Golden bell)는 온대 북반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목 중의 하나이며, 봄에 노란색 꽃을 피우고, 2`~5m 높이로 자란다. 예로부터 개나리는 우리나라 각 가정의 생울타리로 널리 식재되어왔다. 이 개나리의 자생지 분포는 동북아시아와 동부 유럽과 같은 유라시아의 온대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개나리 중 한 종만이 북부 알바니아와 유고슬라비아 인접부에서 발견된다. 이것이 F. europaea이다. 최근 동북아시아 나라들이 발표한 식물상을 보면, 개나리속에 총 12종을 보고하고 있는데, 이 중 일본에 2종, 한국에 4종 및 중국에 6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동양에서 1833년 폴란드를 통해 유럽으로 소개된 첫 번째 개나리가 F. suspensa sieboldii이다. 이 당시 개나리는 매우 인기가 높았는데, 이유는 매년 봄마다 화려한 노란색 꽃을 피우는 믿을 수 있는 식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개나리는 거친 토양보다 좋은 토양에서 더 많은 꽃을 피우지만, 생장 조건이 나쁜 곳에서도 녹색 잎을 가진 관목으로 잘 자랐고 해충이나 병에도 강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원예가들은 동양을 방문하여, 다른 종들을 유럽으로 전파하였다. 의성개나리(F. viridissima)는 1844년 로버트 포천(Robert Fortune)에 의해 동양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한국에 자생하는 개나리의 경우, 만리화(F. ovata)는 1918년에 아놀드식물원(Arnold Arboretum)의 윌슨(E. H. Wilson)이 미국으로 가져갔고, 개나리(F. koreana)는 1917년에, 산개나리(F. saxatilis)는 1924년에 미국으로 전해졌다. 즉, 미국에는 어떤 개나리류도 자생하지 않았으며, 오늘날 유럽에서 자라고 있는 대부분의 개나리들은 1850년에 도입된 두 종(당개나리와 의성개나리)에 의해 만들어진 품종들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 자생하는 4종의 개나리는 산개나리(F. saxatilis), 개나리(F. koreana), 만리화(F. ovata), 장수만리화(F. velutina)이다. 이 중 산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산, 관악산 등에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북한산 산개나리 집단의 경우, 리기다소나무와 같은 상층 수목에 의해 광이 차단되고, 다른 식생과의 경쟁에서 밀려 소수의 개체만이 생존해 있고, 관악산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은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전라북도 임실군 관촌면 산개나리 군락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 관촌면 산개나리 군락에는 약 2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자생지에서는 산개나리를 찾아볼 수 없으며, 겨우 살아남은 몇 개체만이 임실군에서 증식하여 자생지 주변에 식재 후 관리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영월, 정선, 의성 등에 자생지가 알려져 있는데, 이들 대부분의 자생지는 절벽지역으로 다른 식물이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생육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산개나리는 이와 같이 생육환경이 어려운 지역에 한정되어 생육하고 있으며, 그 개체수조차 매우 적어 시급한 보존대책이 요구된다.
산개나리의 특징
개나리와 산개나리는 외형상으로 매우 유사하여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개나리와 산개나리의 형태적 특성을 구분하기 위한 자료들이 종종 발견되지만, 자료들 간 차이가 있어 일반인들이 두 종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래에 두 학자에 의해서 정리된 개나리와 산개나리의 검색표를 제시해둔다. 아래 두 검색표를 비교해보면, 공통적으로 제시된 특징 중 하나가 산개나리의 잎 뒷면에는 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털은 항상 관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봄에 꽃이 지고 새로운 잎이 자라면서 관찰되던 털은 잎이 완전히 성숙된 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산개나리의 신엽에서 관찰되는 털은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산개나리의 증식
개나리는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수목원이나 식물원으로 전파되어 많은 품종들이 개발되어왔다. 이들 품종 개발은 인공 교잡, 우연한 실생, 콜리친을 이용한 배수체 유도 및 인위적인 선발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개나리류는 영양번식이 잘 되는 관목이며, 높은 자가 불화합성으로 잡종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많은 개나리 종류들이 한곳에 식재되면서, 서로 간 자연 교잡이 이루어져 새로운 잡종이 쉽게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일반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육종가들의 종간 교잡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기존 문헌에 따르면, 산개나리의 무성증식은 삽목 시기별, 성숙기별로 발근율에서 차이를 나타내는데, 여름에 삽목을 실시한 경우, 숙지삽과 녹지삽의 발근율은 각각 90%와 100%로 높게 나타났으며, 숙기별로는 녹지삽을 사용할 경우, 여름에 90%로 가장 높았다고 보고하였다. 반면, 발근촉진제의 처리 효과는 나타나지 않아, 산개나리의 무성증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삽수 채취 시기임을 보여주었다(김귀순, 2008). 또한 산개나리(3년생)의 신초지 액아를 배양하여 식물체를 유도한 결과도 보고되었다(문흥규 등, 1997).
결언
현재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사라져가는 산림유전자원을 보존 또는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생태계 측면에서의 복원(Restoration)은 훼손된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복원, 회복, 치유, 대체(재생) 등 서로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멸종위기에 처한 산림유전자원의 복원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기술들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하며, 또한 멸종을 대비한 현지외 보존기술의 개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희귀 멸종위기 산림유전자원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및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한 소멸을 방지하고자, 생육환경 및 유전 특성을 고려한 안전한 피난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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