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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노란 축제, 가을엔 빨간 열매가 보약이 되는 산수유

강토백오 2011. 11. 27. 22:34

봄에는 노란 축제, 가을엔 빨간 열매가 보약이 되는 산수유
글·사진 / 길경민 (농수축산신문 기자)
이른 봄에 개화하는 화사한 황금색의 산수유 꽃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사진 정구영)
산수유 잎(사진 정구영)
말린 산수유 열매(사진 정구영)
산수유 열매(사진 정구영)
산수유축제
수확을 앞둔 산수유 (사진 정구영)

이른 봄에 개화하는 화사한 황금색의 산수유 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산수유나무는 잎이 나기도 전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은 물론이고 향기도 그윽해 관상수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더욱이 산수유나무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벚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원조’ 봄 전령사로 알려진 산수유 꽃, 가지마다 무수히 달린 산수유 열매는 익을수록 새빨갛게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곱게 물든 나뭇잎은 눈을 또 한 번 즐겁게 해준다. 산수유나무가 도시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유이다.
경기도 이천 백사와 전남 구례 산동 지역의 경우 이미 10년이 넘도록 매년 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해 연인원 15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다가 가을에 빨갛게 익는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고, 술과 차로도 개발돼 당당히 임업소득작물의 반열에 올랐다.


산수유나무의 농사


- 문태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산수유 열매 약재 원료로 탁월

산수유나무의 열매는 타원형의 핵과(核果)로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8~10월에 붉게 익는다. 종자는 긴 타원형이며, 능선이 있다. 약간의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이 난다. 10월 중순의 상강(霜降) 이후에 수확하는데, 육질과 씨앗을 분리해 육질은 술과 차 및 한약의 재료로 사용한다.
과육에는 코르닌(cornin)•모로니사이드(Morroniside)•로가닌(Loganin)•탄닌(tannin)•사포닌(Saponin) 등의 배당체와 포도주산•사과산•주석산 등의 유기산이 함유돼 있다.
그 밖에 비타민 A와 다량의 당(糖)도 포함돼 있다. 종자에는 팔미틴산•올레인산•리놀산 등이 함유돼 있다. 성분 중 코르닌은 부교감신경의 흥분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수유의 가장 큰 약리작용으로는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 효과가 꼽힌다. 산수유를 장기간 먹을 경우 몸이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과다한 정력소모로 인한 요통 무기력증으로 조로현상, 이명현상, 원기부족 등에도 유익하다. 원기를 올려주고 신장 기능을 강화해 정기를 돋워주기 때문이다. 이런 효능은 남성의 조루현상이나 발기부전 또는 지나친 수음행위 등으로 정신이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도 적용된다.
실제 『동의보감』에 따르면 수렴성 강장약으로 신장의 수기를 보강하고 남성의 정수(精水)를 풍부히 해 정력을 유지하는 데 효능이 탁월하고 성인남녀의 허리와 무릎 등의 통증 및 시린 데에 효능이 높고 여성의 월경과다 조절 등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산수유 열매의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어린아이들의 야뇨증을 다스리며,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요실금 증상에도 효능이 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일 때 인삼과 오미자, 진피, 익지인을 함께 쓰면 잘 낫는다.
간과 콩팥의 강음 강정을 보하며 과로하거나 신체가 노화돼 나타나는 빈뇨(소변을 자주 보는 현상)에 효과가 있고, 『동의보감』에서는 정력을 보강시켜주고 성기능을 높이며 뼈를 보호해준다고 하며 허리와 무릎을 덮어주며 오줌이 잦은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여성의 월경과다 및 출혈에 조절작용이 뛰어나다.


수출 유망 수종으로 각광

산수유나무는 이같이 우리의 건강생활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약재로 예부터 그 용도가 널리 알려진 특용수종이며 잎이 피기 전에 일찍 개화하므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조경수로도 가치 있는 수종이다.
산수유나무의 과실인 과육은 강장제로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평가돼 생약 수출실적이 매년 증가되는 추세에 있어 최근에는 연간 100여 t을 수출해 약 30만 달러의 외화를 획득하고 있으며, 절화용으로 나뭇가지와 묘목으로도 수출되는 유망 수종으로 꼽히고 있다.
수출대상국은 홍콩, 일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 대부분 동남아지역이지만 향후 수출지역을 확대시키며 수출량을 증대시키고 또한 국내수요를 개발할 경우 그 수요량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수유꽃축제 지역경제 활성화

산수유나무의 유래는 지역마다 다르다. 특히 산수유꽃축제를 하는 경기 이천•양평, 전남 구례, 경북 의성 등 산수유나무 집산지에는 지역 마케팅을 위해 한 가지씩의 유래를 가지고 있다.
올해로 11번째 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한 이천의 경우 조선시대를 시목으로 보고 있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1리에는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 때 난을 피해 낙향을 한 남당 엄용순이 건립했다는 ‘육괴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육괴정’이란 이름은 당대의 선비였던 모재 김안국, 강은, 오경, 임내신, 성담령, 남당 엄용순 등 여섯 사람이 연못 주변에 각자 한 그루씩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으면서 산수유도 심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때부터 심기 시작한 산수유나무가 현재의 백사면 도립1리, 경사1리, 송말1•2리 등 5개 마을에 대단위의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선비들이 심기 시작했다는 유래로부터 선비꽃이라고도 불리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백사면 도립1리와 송말 1•2리 등 5개 마을이 위치하고 있는 5만여 평에 어린 묘목을 포함해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된 것까지 1만 7,000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159개 농가에서 재배를 하고 있으며, 1년에 약 2만 kg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천보다 한해 먼저 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한 전남 구례의 경우는 약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올 때 처음으로 가져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 산수유 시목이라 여겨지는 산수유나무가 구례군 산동면에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또 구례 산수유의 효시는 지금의 산동면 부근에 시조목을 심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산수유가 처음 생산된 시점은 삼국시대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벌써 12회째를 개최한 구례산수유꽃축제는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영원을 찾아서’란 주제로 전통과 현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공연과 이색 테마 행사 등을 마련해 지역민을 비롯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지역보다는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경북 의성과 경기 양평에서도 각각 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해 도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내한성과 이식력 강해

산수유나무는 공해에 약하지만 내한성이 강하고, 이식력이 좋아 진달래나 개나리, 벚꽃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로 알려졌다. 특히 산수유나무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수형과 아름다운 열매로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높다.
큰 그늘을 만들어 여름철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수유나무는 특히 이른 봄에 개화하는 화사한 황금색의 꽃이 매우 인상적이다. 산수유의 본래 이름은 ‘오유’였으며, 지금도 중국의 많은 한의원들은 이같이 부르고 있다.
또한 ‘오수유’라는 이름도 있는데 이는 1,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오나라가 산수유나무를 특산식물로 재현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수유나무는 1970년 광릉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된 바 있어 자생종으로 밝혀졌고, 산수유나무는 특히 토심이 깊고 비옥한 곳에서 잘 성장하고 햇볕을 좋아하나 음지에서도 개화 결실하며 각종 공해에는 약한 편이나 내한성이 강하고 이식력이 좋다.


중남부 지방서 고른 재배분포

층층나무과의 산수유나무는 전국 각지에서 생장하고 있는 낙엽활엽수목으로 수고는 7m, 직경은 40cm에 달하며, 우산 모양의 수형을 가지고 있다.
긴 타원형인 잎의 길이는 4~12cm이며, 넓이는 2~6cm로 매우 큰 편이고 광택이 있으며 잎의 뒷면과 맥 사이에는 갈색의 털이 있다. 측맥은 6~7쌍으로 활 모양으로 굽어 있으며, 산수유나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각 농가에서 많이 심어왔으며 경기도 지방의 농가에서도 심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남부지방인 경기 이천, 경북 봉화, 경남 하동, 전남 구례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구례군의 산동면과 산내면은 온 마을이 산수유나무로 덮이다시피 해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산수유나무의 약재는 소비량이 대단히 많아서 국내의 생산량으로는 모자라 수입을 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색의 꽃은 3월경 이른 봄에 개화하고 산형화서로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 퍼지며 핀다. 열매는 8월에 빨간 핵과로 익기 시작해 10월에 긴 주홍색으로 익고, 열매의 지속시간은 60일 정도여서 겨울에도 아름다운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
산수유나무의 파종 시기는 2~3월이 적당하며, 파종 씨는 과육을 제거한 다음 말리지 말고 바로 추파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발아를 빨리하게 하려면 종자에 상처를 주면 된다. 단, 파종상이 너무 건조하면 발아가 지연되므로 반드시 충분한 관수가 필요하다.
1년생 묘목으로 산지 식재가 가능한 것은 선묘해 산출하도록 하고 대부분의 묘목이 산출묘의 규격에 미달되며, 특히 뿌리의 생장이 미약하므로 가식된 묘목을 이듬해 봄 ㎡당 49본을 이식해 2년생 묘를 양성해야 한다.
산수유나무는 내한성이 강한 편으로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나 토질은 비옥한 사질 양토로 토심이 깊고 배수가 양호한 곳이 적당하다. 대체로 비옥한 산간계곡, 산록부, 논둑, 밭둑의 공한지 등 양지바른 곳에서 생장이 양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