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관하여/조경수

느티나무숲 가꾸기

강토백오 2011. 11. 27. 22:22

느티나무숲 가꾸기
글·사진 / 배상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느티나무(Zelkova serrata)는 전국의 마을 입구, 유서가 깊은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중의 하나다.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있어서인지 마을 입구의 정자나무,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으로 늘 우리 곁에 같이 있는 나무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 있는 느티나무는 대부분 아름드리로 크고 나이가 많은데다.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정자목, 당산목이지만 숲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수종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보급·보물급 목조문화재는 대부분 우리나라 소나무로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소나무가 당연히 제일 많이 이용되었고 두 번째로 많이 이용된 나무는 다름 아닌 느티나무이다. 조선 초기까지는 느티나무가 많이 이용되었지만 중기로 들어서면서 느티나무 이용 빈도가 급격히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느티나무가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어 숫자가 감소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느티나무가 이렇게 마을 주변, 궁궐과 사찰 주변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그 숫자가 적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만 유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느티나무 노령목이나 숲을 주로 볼 수 있는 곳은 고궁, 능 그리고 사찰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있는데 특히 서울 중심에 위치한 창덕궁의 느티나무숲을 보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순림을 이루고 있고 수령도 100년이 넘는다. 부여 성흥산성에 자리 잡고 있는 느티나무는 나이가 400년이 넘어 그늘 아래 수십 명이 앉아도 될 만큼 넉넉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 다른 나무들이 없고 평평하여 어린아이들이 공놀이를 할 정도이다. 수령이 수백 년이 된 노령목들은 천연기념물, 보호수 등으로 지정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많다.
느티나무는 일반적으로 직경 1m 이상, 수고 26m 이상 자라고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느티나무는 무늬와 색상이 우수하여 오동나무, 먹감나무와 함께 3대 가구용재로 꼽힐 정도이고, 재질 또한 우수하여 건축, 선박용재, 조각재로도 이용되어왔으나 느티나무를 조림하는 면적은 분포지역에 비해 적은 편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느티나무 조림면적은 4,614ha로 조림면적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산림청, 2009). 하지만 최근에 와서 조림면적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2007년과 2008년의 느티나무 조림면적은 이전 3개년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여 그 중요성이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느티나무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지만 느티나무숲이 적고 단목으로 노거수가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인지 조경수, 가로수 등으로 많이 이용이 되나 느티나무숲에 대한 관심이 적어 느티나무숲에 관한 연구는 미비한 편으로 「매립지 느티나무의 연륜생장 특성 및 매립지의 토양환경이 느티나무의 생육에 미치는 영향」(김도균 등, 2000; 김도균, 2006), 「노거수나 천연기념물 또는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의 생육환경과 수령 및 활력도 측정」(이선과 배상원, 2005; 하태주와 방광자, 2005; 김현정 등, 2007; 박봉주 등, 2007), 「조경수로서 느티나무의 크기 예측」(김남춘 등, 1988) 등 천연기념물에 대한 조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중 노거수로 지정된 142본 중 느티나무가 14본으로 전체 10%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노거수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수령은 350∼600년 사이가 많으며 흉고직경은 2m 이상이 대부분이고 3m가 넘는 것도 일부 있다. 느티나무 1그루가 차지하는 면적을 알 수 있는 수관면적은 100∼200㎡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 정도의 굵기가 되려면 최소 100㎡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여 1ha에 100그루 이하의 느티나무가 생육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느티나무는 초기생장이 빠른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식재밀도와 경쟁상태에 따라 직경생장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느티나무의 생장은 초기에 생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이후 생장이 서서히 감소를 하는데 수령이 50년이 넘은 이후에도 비교적 높은 생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년간의 연평균생장량은 4mm를 넘는데 수령이 70년이 넘어서도 4mm 이상의 생장을 일부 보이고 있어 느티나무가 노령이 되어도 좋은 생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질이 우수한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은 후에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필요하다. 특히 줄기에 옹이가 생기면 재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옹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느티나무를 포함한 활엽수는 줄기나 가지에 상처가 날 때 송진이 생성되지 않아 상처 부위로 부후균이 들어가 줄기가 썩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살아 있는 가지는 자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살아 있는 가지치기를 실시하지 않고 고사지를 유도하여 자연낙지, 죽은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고급 대경재를 생산하는 데에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목재생산을 위한 느티나무숲은 생산목표,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무의 굵기에 따라 관리가 달라져야 하는데 흉고직경 30cm 내외의 중경재, 흉고직경 40cm 이상의 대경재로 구분할 수 있다. 조림을 하는 경우 기본 식재밀도는 5,000본/ha로 어릴 때에 나무들이 밀생을 하여 줄기가 곧게 자라고 임관이 빨리 울폐되어 굵은 가지가 발생하지 않게 한다. 특히 느티나무 노령목은 목재 문양이 그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에 생산목표에 도달한 나무라도 일부 존치를 하여 특수 문양 목재를 생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대경재는 40cm 이상의 우량 대경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육기간이 장기간 필요하여 10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식재 후 3∼5년 동안 풀베기를 실시한 후 어린나무가꾸기를 수고 10m가 될 때까지 2회 실시하여 임목본수를 식재본수의 절반 이하로 줄인다. 수고가 12m(임령 30년) 정도가 되었을 때 솎아베기를 실시하는데 이때 지하고가 5∼6m가 되어 죽은 가지치기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임목본수는 1,000본/ha로 줄인 후 수고가 15m 정도 되었을 때 2차 솎아베기(임령 40년)를 실시하여 임목본수를 600본/ha로 조절한 후 나무높이가 20m 정도(임령 60년) 되었을 때 3차 솎아베기를 실시하고 임목본수를 400본/ha로 조절하고 나무높이가 24m 정도(임령 80년) 되었을 때 4차 솎아베기를 실시하고 임목본수를 250본/ha로 조절하고 수확기까지 20년 동안 솎아베기를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다. 가지치기는 1차 솎아베기에 5∼6m 높이까지 실시하며 죽은 가지치기는 상층 우량목을 중심으로 300본/ha 내외를 선정하여 실시한다. 흉고직경 50cm 이상의 특대경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20∼150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솎아베기를 1회 더 실시하여야 한다. 대경재 생산은 우량 재질의 굵은 목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형질이 우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는 느티나무를 집중적으로 무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티나무숲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산하려는가를 결정하는 것인데, 자연보호에 중점을 둔다면 고사목이나 노령 대경목의 존치가 더욱더 필요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탄소배출권 등을 고려한다면 단기 생산보다는 장기 생산을 목표로 하여 솎아베기 산물을 이용하고 특대경재를 생산하여 고가의 대경재를 생산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목재생산의 경우 경제성, 시장성 및 환경문제를 고려하여 생산목표 직경이 정해지고, 작업방법이 정해져야 한다. 특히 고급 문양을 이용하는 미장재 생산을 위해서는 벌기령이 대경재 생산기간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분 단위가 아닌 단목 단위로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광릉숲 내 느티나무 인공림
느티나무 인공림 고목
영주 순흥 천연기념물
느티나무 수피
부여 성흥산성의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