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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묘목포장 재료 개선방안

강토백오 2011. 11. 27. 22:05

백합나무 묘목포장 재료 개선방안
글·사진 / 유근옥 (국립산림과학원 자원육성연구과)
묘목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양묘장에서 생장을 마친 묘목들을 산지에 식재하였을 때, 조림활착률은 묘목의 굴취, 포장, 운반, 가식 등의 일률적인 묘목 관리과정에서 결정된다.
묘목의 굴취는 일반적으로 가을에서 봄까지 이루어지는데, 굴취 시기는 수종마다의 생물계절학적인 특성(phenological characteristics of the species)과 날씨, 그리고 묘포장의 저장능력에 의하여 조절되며, 작업 시기는 굴취, 포장, 저장과정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완전한 휴면기에 이루어진다. 일반 나근묘목(裸根苗木)의 굴취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안은 뿌리 잘림에 의한 세균 감염의 방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손상된 뿌리 부위는 날카로운 칼날이나 전지가위로 자르고 토양을 털어내어 세균 감염경로를 예방 차단해야 한다.
묘목 굴취가 완료되면 선적이나 저장하기 이전에 묘목의 등급을 분류하는 장소로 이동한다. 등급 분류작업을 묘포장에서 즉시, 실행하지 않는 이유는 묘목의 뿌리가 외부에 노출되면 바람, 직사광선, 고온에 의하여 쉽게 건조하기 때문이다. 묘목등급 분류장소에 도착된 묘목들 중 규격에 미달되는 불량 묘목들은 제거하는데 특히, 근원 직경과 묘고, 잔뿌리 등이 적거나 피해를 입은 불량한 묘목들은 모아 폐기한다.
분류가 완료되면 등급에 따라 포장, 저장하는데 뿌리건조 방지재료는 화학포장보습제 및 묘목코팅제도 사용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물이끼가 통용되고 있다. 포장은 박스를 이용하고 있으나, 키가 큰 활엽수에 사용하기에는 값이 비싸 대부분 크라프트-폴리에틸렌 봉투가 사용된다. 이끼로 감싼 뿌리 부분은 봉투 안에 넣고, 줄기는 노출하여 묶는 방법이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류 포장에는 간혹 뿌리 코팅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활엽수 묘목포장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포장이 완료된 묘목은 실내온도 0.6~4.4℃, 상대습도 80% 이상의 냉장시설에 저장되어 선적이나 고객이 인수하러 오는 기간 동안 보관된다. 이와 같은 냉장시설(냉장창고)은 묘목의 지속적인 습도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대형 냉장고 내부구조는 선반으로 구성되어 수종별 등급별로 구분 저장되고 있다. 조림지의 운송은 냉장차를 이용한다.
이는 임업선진국가들의 통상적인 묘목 취급요령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 양묘장에서 이루어지는 묘목관리 실태는 매우 허술하다. 물론 국가 혹은 대기업의 대규모 체제로 운영되는 묘목생산 시스템에 비하여 소규모로 분산되어 생산 수급되는 우리나라 묘목생산 체계에서 한계는 있다. 그러나 적정한 최선의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 백합나무가 산림바이오조림 주 수종으로 전국에 확대 보급되어, 현재까지 약 8,000ha의 면적에 조림되었다. 이들 조림지의 생육상황은 대부분 우수한 생장을 하고 있으나, 실패한 조림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첫째, 부적지를 조림지로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추천하는 백합나무 적지 판정 기준을 참조하면 실패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물수세미 묘목포장 재료 문제이다. 물수세미는 보습능력이 극히 떨어진다. 최근 산림청에서 2020년까지 10만 ha의 산림바이오조림 성공을 위하여 물수세미 사용에 의한 조림 실패 사례 소개와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백합나무 묘목의 생리 및 물리적인 특성

북미 동부지방 원산지에서 백합나무는 다른 활엽수종에 비하여 다양한 토양과 기후조건에서 잘 적응하는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척박지에 인공조림을 하면 타 수종에 비하여 양호한 조림활착률을 보이는데, 이는 식재 후 2개월 동안 지상부의 줄기생장은 멈추고 지하부의 뿌리생장만 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깊숙한 지하부의 뿌리 내림은 건조에 견디는 내건성에는 유리하지만, 지상부의 생장정지로 나타나는 줄기 고사는 현장의 담당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가지 실례를 들면, 2005년 북부관리청 관할 국유림 내에 약 100ha에 백합나무를 조림하였으나, 전부 고사하여 비상이 걸렸다. 백합나무 확대를 주장했던 필자는 즉시 소환되어 현지조사에 투입되었다. 현장을 안내하던 담당자는 활착조사 당시 1개월 전에는 분명히 모두 고사했었는데 모두 살아났다며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조림활착률 조사 시기인 5월 중순에 줄기가 모두 고사하여 실패한 것으로 판정했는데, 6월 초순이 되어 죽은 줄기 아래 부분에서 파란 움을 틔우고 있었으니 담당자의 놀라움은 당연했다.
백합나무의 생리적인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백합나무 묘목은 조림 직후, 곧은뿌리(直根)를 50cm 정도 깊이로 깊숙이 뻗는 생리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뿌리가 안착되는 동안 지상부의 줄기생장은 정지한다. 이러한 조림 초기의 뿌리생장 특성은 건조한 척박지에서 수분 공급에 유리한 위치 확보로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거대한 대경재로 자랄 수 있는 기초의 탄탄한 기반을 닦는다.
이와 같이 백합나무는 타 수종에 비하여 조림활착률을 높일 수 있는 특성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묘목 뿌리가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 빠르게 건조되는 약점도 있다. 특히 묘목의 굴취, 포장, 운송과정에서 방심하면 묘목 건조라는 치명적인 조림 실패 원인을 제공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백합나무 목재의 재질(材質) 특성에서 비롯되어진다.
백합나무의 목재는 목리(木理)가 균일하여 건조과정에서 뒤틀림이나 쪼개지는 현상이 거의 없다. 이러한 특성으로 합판, 가구재, 조각재 등 80여 가지의 용도로 이용되는 특수 활엽수 목재로 부가가치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목리의 균일한 특성은 묘목 생산부터 조림과정까지에서 이루어지는 뿌리의 외부노출은 조림활착률에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준다.


묘목 뿌리 건조에 의한 실패 사례

1. 내화수림대 조성 실패
강원도 지역의 동해안 소나무숲의 대형 산불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었다고 한다. 관련 문헌조사에 의하면 성종 20년(1489. 2. 24)부터 일제 강점기(1950. 5)에 이르기까지 20여 회 발생하였으며, 대형 산불주기는 60~120년으로 발생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산불피해는 1996년 고성(3,762ha)과 2000년 삼척(2만 3,448ha)에서 발생한 산불은 2만 7,000ha에 달한다. 이와 같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영동지방의 대형 산불의 근본원인은 소나무 단순림에서 비롯된다.
영동지방의 대형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혼효림 및 내화수림대 조성, 기타 방화선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혼효림 및 내화수림대 조성에 마땅한 활엽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형 산불피해지의 척박한 토양에서 생육 가능한 향토 활엽수종 발굴이 어려운 실정이다. 방화선은 1980년 이전까지는 일부 설치 유지하였으나 예산관계로 중단되었으며, 혼효림 가꾸기는 고소득 수입을 보장하는 송이 생산지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영동지역 소나무 단순림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소나무 단순림은 높은 수지 함량과 동계와 춘계의 건조한 기후에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약고이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동부지방산림청과 협력하여 산불피해 복구사업에 소나무를 주 수종으로 조림하면서 내화수종으로 알려진 백합나무를 약 5ha 정도의 면적단위로 2001년도에 200ha를 내화수림대로 조성하였으나, 대부분 실패하였다. 필자는 실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현장에 출장 조사한 결과, 백합나무 조림지는 50% 이상 실패하였으나, 소나무 조림지는 99% 이상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당시의 소나무 묘목 공급은 일반 묘목과 용기 양묘이었으나 모두 우수한 활착률과 생장을 보였다.
산불피해지 8부 능선의 토양은 척박하다기보다는 사막과 같았다. 이러한 임지에 작열하는 8월 한낮 뜨거운 태양 열기는 모든 생명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으나, 자람세가 왕성한 어린 소나무들의 솔잎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영동지역 산림의 영원한 주인은 소나무임을 실감하였다.
이에 비하면 백합나무 조림은 완벽한 실패였다. 그러나 실패한 조림지에서도 간혹 살아 있는 몇 개체들은 정상적인 생육을 하고 있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안내한 담당자에게 백합나무 묘목 생산, 운반, 조림 등에 대한 정보를 문의한바, 운반과정 등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첫째, 묘목포장에서 뿌리 건조방지재료는 물수세미를 이용하고, 거적으로 묘목을 묶어 현장으로 운반, 조림되었다. 둘째, 현장 도착 즉시 가식과정을 거르고 하루, 이틀 현장에서 포장된 상태로 묘목을 방치한 것이 주원인이라 판단되었다. 대형 산불 화마가 지나간 산불피해지는 한 그루의 나무도 없는 황폐지로 건조는 최고조였으며, 시급한 조림물량은 엄청난데 한정된 직원과 부족한 조림인부 동원 등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백합나무 묘목의 생리 및 물리적인 특성’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백합나무 묘목은 건조에 아주 약하다. 필자는 동부지방산림청에 협조를 얻어 재조림을 실시하였다.
조림지는 백합나무 조림 실패지역 중, 해발이 가장 높은 삼척군 원덕면 옥원리 지역(161-다 임반, 3.0ha)으로 해발은 약 250m, 경사 35° 이상의 가파른 조림지이다. 조림은 3.0×3.0m의 간격으로 1,100본/ha으로 재조림을 실시하였다. 묘목 수급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생산한 일년생 묘목으로 뿌리의 건조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물이끼를 사용하였으며, 거적으로 포장하였다. 조림기간은 3일이 소요되었다.
식재 당년 2005년 10월에 조사한 조림활착률은 90%였으며, 식재 3년 후인 2009년 7월 생육 상태를 조사한 결과, <표 1>에서와 같이 능선부 등 일부에서 한건풍해에 의한 고사로 생존율이 86%로 다소 낮아졌지만 대부분 양호한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백합나무 신규 조림지의 평균적인 생장은 비옥지(평지 혹은 산록)에서의 수고생장은 수고 1.5m/년, 산복 등 보통 입지에서는 1.0m/년, 토양구조가 마사토양 등의 척박지에서는 0.5m인데 반하여 재조림한 산불피해 복구지에서는 수고 0.3cm/년으로 불량한 생장을 보였다. 이는 열악한 산불피해지의 토양과 환경인자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신규 조림 실패로 4년간 자란 관목에 의한 생장 저해도 있었다. 금후, 동부지방산림청과 협력하여 잡관목 제거와 시비작업을 실시, ‘방화수림대 조성 시험림’으로 가꿀 계획이다.

2. 사유림 백합나무 실패 사례
2006년 4월 경기도 화성시의 사유림(경기도 화성시 남양면) 1.0ha에 3.0×3.0m 간격으로 백합나무를 식재하였으나 대부분 고사되어 2006년 9월 국립산림과학원으로 원인 구명이 의뢰되었다.
현장조사 결과, 조림지는 경작지에 인접한 야산으로 토양, 경사 등의 입지 조건이 양호한 편이나 조림한 백합나무 유묘들이 전부 고사하고 10여 본 만이 생존하고 있었다.
당시 조림묘목의 곤포는 전량 물수세미로 포장된 상태였으며, 조림 일정이 맞지 않아 현장에서 2일간 그늘에서 보관하였다가 식재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조림 실패의 원인이 부주의한 묘목관리로 판단되나, 보다 정확한 원인 구명을 위해 재조림을 실시하였다.
2007년 4월에 5개 산지(원산지 4, 국내 1)의 종자로 양묘한 1-0묘를 이용하여 3.0×3.0m 간격으로 조림하였다. 재조림에 사용한 묘목은 건조방지 재료로 물이끼를 사용하였으며 현장 운송 후 바로 식재를 하였다.
식재 당년 조림활착률은 평균 91%였으며 식재 1년 후의 생존율도 평균 90%로 양호하였으며<표 2>, 2006년 조림 실패의 원인이 당초 추정한 대로 부주의한 묘목포장 및 관리에서 비롯되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

묘목은 운송되는 포장 상태에서도 생리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묘목의 굴취, 포장, 저장(가식 등), 운송, 배달 등 조림 이전의 전 과정에서 묘목의 활력이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 최상의 조림활착률을 보증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C) 임업시험장에서는 여러 해 동안 묘목의 식재, 굴취 등의 작업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사항을 날씨의 정도에 따라 구분 제시하여 규정하고 있다. 작업하기에 적합한 날씨(satisfactory day), 작업이 가능한 한계의 날씨(marginal day), 작업을 금지하는 심각한 날씨(severe day)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백합나무는 건조에 약한 수종으로 묘목포장은 조림 실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원산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임업선진국들은 일반 묘목을 운송할 때는 묘목 건조방지를 위하여 보습능력이 뛰어난 물이끼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포장 후 냉장차를 이용하여 운반한다. 냉장차 이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23℃ 이상의 날씨에서는 운반시간을 1시간 이상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묘목포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조방지재료는 물수세미, 화학포장보습제 및 이끼류 사용을 종묘사업실시요령에 규정하고 있다. 이들 재료 중에서 물수세미는 구입 및 사용이 용이하여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물수세미는 보습능력이 극히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백합나무는 목리가 균일하여 건조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물수세미 사용에 의한 조림 실패 사례가 빈번하다.
냉장차를 동원한 묘목 운반은 현실적으로 실행에 무리가 따르겠지만, 최소한 보습능력이 뛰어난 물이끼는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물이끼 확보는 국내에서 수집도 가능하지만, 건조한 이끼가 포장 수입되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백합나무 조림 실패의 주범인 물수세미 포장재료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

삼척군 원덕면 옥원리 지역 백합나무 조림지 생육상황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 백합나무 조림지 전경(식재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 백합나무 조림지의 단목생장(조림후 1년)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 백합나무 조림지 전경(식재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 백합나무 조림지의 단목생장(조림당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