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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의 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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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의 일종이라 꽃의 관상가치도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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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 표본. 왼쪽부터 8년생, 6년생, 3년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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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줄기는 쌈채소 또는 나물로 무쳐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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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전남 장흥, 화순, 담양에서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하우스 노지재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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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풍 등 몸에 좋은 성분이 속속 밝혀지면서 효소나 장아찌 등 가공가치가 높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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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는 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잔대를 이용해 만든 세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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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재배 시험도 진행 중이다. 가을쯤 수확이 완료되면 연구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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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를 아시는지. 전국의 산과 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식물로 초롱 모양의 예쁜 꽃이 핀다.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잔대뿌리는 인삼 등과 함께 5가지 삼 중 하나인 사삼(沙蔘)으로 불린다. 하지만 작물 자체나 쓰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서, 소득원이랄 순 없었다. 그런 잔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쌈채소와 약선음식으로, 산후풍에 특히 좋은 약으로, 샴푸 등 생활용품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산후풍에 탁월, 잔대의 재발견
잔대는 민간에서 딱주, 사삼으로 부르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도라지, 더덕, 초롱꽃과 함께 초롱꽃과에 속한다. 지금까지 식품원료로 활용된 부분은 뿌리 정도였다. 주요 성분은 사포닌, 이눌닌, 전분 등으로, 진해·거담·강장제로 민간에서 주로 이용했다. 그렇다보니 소득을 위한 재배는 4~5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다. 그런 잔대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산후풍에 대한 효능 때문이다. 잔대는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 산후풍 등 여성 질환에 탁월하다. 산후풍으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 잔대 뿌리 말린 것과 가물치, 늙은 호박 등을 더해 고아서 그 물을 마신다. 또한 100가지 독을 푸는 약초라 일컬어질 정도로 뱀독, 농약 중독, 중금속 독, 니코틴 독, 술독, 화학약품 등 온갖 독을 풀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좋다. 산후풍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원도 인제나 경북 청송 등 산간지역 임업인들이 의외의 소득을 얻기도 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가족과 지인들에게나 나눠주던 데서, 지난해부터 잔대를 주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재배를 늘린 이들도 있다. 이에 맞춰 잔대에 대한 연구도 확대됐다.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가 잔대 속 기능성 물질의 함량과 기능을 구명하고 나선 것. 항산화 물질은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거나 체내의 산화적 손상을 억제시키며, 순환기 질환 등 만성질환의 발병률을 낮춰준다. 페놀성 물질에도 항산화 효과 등 생리활성 기능이 있다. 항산화 활성물질과 폴리페놀 함량을 측정한 결과, 야생 잔대 93.1%, 재배 8년생 92.6%, 재배 6년생 83.8%, 재배 3년생 82.1% 순이었다. 폴리페놀 함량도 야생 36.0, 재배 8년생 33.9, 재배 6년생 31.9, 재배 3년생 31.4mg/100g 순으로, 모두 재배연수가 높을수록 야생 잔대 속 성분함량에 가까웠다. 건강에 좋은 칼슘 함량은 재배 3년생과 6년생이 365.7mg/100g, 313.4mg/100g으로, 재배 8년생이나 야생 잔대보다 높았다. 비타민 A 함량은 재배 3년생 잔대가 1016I.U 으로 재배 6년생, 재배 8년생과 야생 잔대보다 많았다. 연구를 통해 재배 잔대의 유효성분이 야생 잔대 못지않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기능성 식품원료로서의 가능성이 재확인됐다.
잎과 줄기까지 고급 채소로 각광
그동안 잔대는 뿌리를 활용했는데, 약재 또는 약효를 기대해 우려내 먹었다. 인삼 등과 함께 5가지 삼 중 하나인 사삼(沙蔘)으로 불린 건, 생김새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삼’을 뜻하는 작물이 중국과 우리나라가 다르다. 중국 의학서에서는 잔대뿌리를 ‘사삼’이라고 하는데, 우리 『동의보감』에 언급되는 ‘사삼’은 더덕을 지칭한 것이다. 실제로 생김새가 비슷해, 얼마 전에는 잔대뿌리를 더덕으로 속여서 판매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동의보감』 속 ‘사삼’을 더덕으로 바꿔 표기함으로써, 이제 ‘사삼’은 잔대만을 뜻하게 됐다. 먹는 방법도 마찬가지. 잔대뿌리는 더덕처럼 양념구이 등을 해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봄과 가을에 뿌리를 캐 생채로 무치거나 장아찌로도 먹는다. 더불어 잔대의 여러 유효성분이 알려지면서 식물 전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쓰임이 늘었다. 경북 청송에서 잔대를 재배하는 박경은 씨는 노지와 하우스재배를 하고 있다. 3년생부터 수확할 수 있는데, kg당 가격은 3~4년생보다 5~6년생이 2배 높다. 7~8년생은 이보다 kg당 1~2만 원 더 받는다. 박씨는 “물을 우려내서 마시는 용도로 주로 뿌리를 판매했는데, 2~3년 전부터는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뿌리로 구이요리를 해먹거나 나물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산채류가 각광받으면서 봄에 나는 잔대나물도 웰빙약초로 많이들 찾는다”며 “2년째부터 봄에 돋는 순과 잎을 수확해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요리법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해서, 연령대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잔대전, 생채무침, 장아찌, 고추장무침, 된장무침, 된장찌개 등 봄에 먹는 산나물로 음식 만들 듯 똑같이 해먹으면 된다. 특히 잔대의 싹 100g에는 칼슘 151mg, 인 72mg, 총 비타민 A가 345㎍이 함유돼 있어, 웰빙 산채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이처럼 젊은층에 맞는 요리법이 개발되면서 뿌리, 잎 할 것 없이 잔대의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녹차나 올리브처럼 손세정제·샴푸로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나의 작물이 먹을거리도 되고, 식품의약품의 원료도 되고, 관광상품까지 되어야 비로소 고부가가치 작물로 인정받는 시대, 잔대의 가공가치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가 기능성 식품 이용가치를 연구해 장아찌와 손세정제를 개발한 것. 우선 3년생 잔대를 이용하여 장아찌, 효소, 환 등 산약초 건강식품을 제조해 건강기능성 식품시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잔대 세정제는 3년생 뿌리 추출물을 이용해 만든 한방기능성 제품이다. 잔대 주방세제는 코코넛오일, 잔대인퓨즈오일, 피마자오일, 대두오일 등을 중탕 가열해 만든다. 여기에 잔대 등 약재 추출물을 50℃로 가열하여 넣고 희석시켜 만든다. 잔대샴푸 역시 일반 샴푸를 만드는 과정에 잔대추출액을 넣어준다. 잔대폼클렌징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오찬진 팀장은 “농산촌의 단기적인 소득증대 방안으로 잔대 대량재배법과 함께, 재배기간별 약리 및 영양성분을 분석해 장아찌, 환, 샴푸 등 시제품을 만들었다”며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직접 몸에 닿는 세정제, 샴푸 등도 천연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 앞으로 잔대의 가공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샴푸 등 생활·미용용품 시장에서 천연원료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올리브에 이어 수세미, 녹차 등 국산 농산물도 바디용품과 화장품 원료로 많이 쓰인다. 이들 천원원료에는 자연 그대로라는 것 외에 보습·항산화 등 기능적 장점이 있는데, 잔대의 항산화 성분도 높기에 시장성은 충분하다. 재배농가 입장에서 가공이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요리법의 개발 못지않게, 여러 분야에서 원료로 쓰이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잔대를 알리는 효과가 있다.
최적의 재배기술 속속 개발 중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효성분이 밝혀지고, 여러 가지 소비방법도 개발된 만큼 이제 필요한 건 보다 쉽게 대량재배하는 일이다. 현재 잔대를 재배하는 농가는 강원도, 경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없는 실정. 대부분은 자연산 채취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자생지 파괴와 유전자원 고갈도 문제다. 그래서 잔대를 이용한 임산소득자원 재배기술 개발을 위해 종자 특성과 생육상황을 조사하고 뿌리를 이용한 재배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전남 장흥, 담양, 화순의 농가 3곳에서 농가실증재배가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오찬진 팀장은 “종자는 노천에 묻어 저장하는 것이 발아율을 가장 높이고, 상토와 양토를 섞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며 “3년생에 비해 8년생까지 재배할 경우 뿌리 무게가 4.5배 정도 무거워져 상품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잔대는 3년생, 6년생, 8년생에 따라 뿌리 무게가 달라 8년생 115.2g, 6년생 69.1g, 3년생 25.0g 순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저장방법에 따른 잔대종자 발아율은 노천매장 74.3%, 저온저장(4℃) 71.2%, 상온저장 44.7% 순으로 나타났다. 상토처리가 잔대뿌리 생육에 미치는 영향은 상토+양토 14.5cm, 상토 14.1cm, 양토 12.6cm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반면 노지 9.4cm, 대조구 5.4cm로 적게 생장했다. 고품질의 잔대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분과 배수가 원활한 토양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잔대뿌리 직경과 무게는 노지재배가 하우스재배에 비해 높았다. 재배 3년생 잔대를 이용 노지(0%, 55%, 75%), 비닐피복(0%, 55%, 75%)으로 구분하여 처리한 결과, 길이는 노지재배 차광 55%가 17.6cm, 노지재배 차광 0%와 노지재배 차광 75%가 16.1cm로 노지재배가 비닐피복처리보다 높은 생장을 보였다. 직경과 무게에서도 무차광 노지재배가 더 나았다. 산이나 들에 자생하는 잔대가 풀숲 사이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합적으로 볼 때, 길이 생장에는 상토+양토 또는 상토가 좋고 직경과 무게를 키우려면 노지재배가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농가 보급, 산촌소득원 기대
장흥의 잔대 실증시험농가 배권세 씨는 “고품질 잔대를 다수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봄에는 잎과 줄기를, 가을에는 뿌리를 판매할 수 있고, 재배관리도 수월하다면 틈새 소득작목으로 손색이 없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임업후계자이기도 한 전남 담양의 실증시험농가 이상대 씨는 “소비방법이 많아졌으니, 그에 맞도록 1차 가공해 판매할 생각”이라며 “생으로 판매하는 것 외에 줄기나 뿌리를 절단·건조·냉동한다든지 장아찌나 효소로 만드는 정도는 농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연중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잔대가 가진 장점이 의외로 참 많다. 연구하는 이들과 일부 농가들만 알던 잔대는 앞으로 더 많은 생산농가와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