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의 뜻
가지치기란 말 그대로 나무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가지를 잘라주는 것을 말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식물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웃자람을 막으며, 과실나무 따위의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이라 설명한다. ‘곧고 길며 마디가 없는 형질(形質)의 우량 목재를 생산하기 위하여 나무 하부의 가지 일부를 잘라주는 일’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전자가 넓은 의미의 가지치기라면, 후자는 목적성을 가진 좁은 의미의 가지치기라 할 수 있다. 나뭇가지를 잘라주는 것은 매우 여러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과 수종에 따라 자르는 방법이 달라진다.
숲 속에서 가지치기의 의미
사람들은 일정한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나뭇가지를 자른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손을 보지 않아도, 숲 속의 나무들은 그들만의 이유로 가지를 떨어뜨린다.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한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라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평화롭게 보이는 숲 속의 나무들 역시 조용하지만 매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지치기는 그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동물은 음식이라는 형태를 통해 체내로 에너지를 이동시킨다. 그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기관이 바로 ‘입’이다. 식물인 나무의 입은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 나무의 입은 ‘잎’과 ‘뿌리’다. 뿌리로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고, 잎으로는 광합성을 통해 생명활동의 주 에너지원이 되는 유기양분을 합성한다. 잎이야말로 나무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나뭇가지를 자르는 행동을 표면적으로 봤을 때 잎이 달려 있는 부위를 제거하는 행위다. 즉 에너지 공장을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가지치기는 단순히 공장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장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듯싶다. 녹색을 가진 식물의 가장 위대한 점은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잎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이라는 작용은 빛이 있어야만 성립된다. 즉, 빛은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원이며,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울창한 숲에서는 햇빛을 향한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으며, 높이 솟은 나무 꼭대기 부위만이 그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비교적 아래쪽에 위치한 가지의 잎들은 햇빛을 보지 못해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생명유지를 위해 다른 잎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 된다.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나뭇가지는 도태되고, 결국 자연적으로 가지가 떨어진다. 이것을 자연낙지(自然落枝)라 한다.
가지치기의 목적
가지치기의 목적은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나무를 기르는 목적에 따라 가지치기를 하는 목적도 달라지며, 방법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정통 임업은 수확되는 목재의 양을 늘리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며, 정통 임업에서의 가지치기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임업 전공서적에서는 옹이가 없는 우량한 목재 생산을 가지치기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무의 멋진 수형을 만들기 위해, 과실이 잘 열리게 하고 쉽게 따기 위해, 잔가지를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등 가지치기의 목적은 나무를 기르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할 수밖에 없다. 공통점은 가지치기를 하고자 하는 나무의 특성을 잘 알고 계획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행위에서도 상반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생장을 촉진시키거나 억제하는 가지치기 가지를 자르게 되면 필수적으로 에너지 생산을 책임지는 잎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상황에 따라 생장이 촉진될 수도, 억제될 수도 있다. 가지치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은 역지(力枝) 밑의 가지를 치는 것이다. 역지 밑의 가지를 치는 이유는 가장 굵고 길게 뻗은 역지 밑으로는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가지치기를 실행한 후에도 생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가지를 자른 후 얼마간 생장속도가 둔화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활발한 생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활발한 생명활동이 수목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옮겨 심은 나무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뿌리가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의 활발한 활동은 나무 내 수분 균형을 깨트린다. 나뭇잎으로 빠져나가는 수분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을 남기고 강한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나무의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거나, 더 이상 생장하기를 원치 않는 경우에 가지를 잘라주기도 한다.
○ 옹이를 없애기 위한 가지치기 정통적인 임업에서 중요시하는 목적이다. 옹이는 목재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양질의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가지치를 한다. 목재 생산을 위한 가지치기는 넓은 면적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미래목 등 가지를 자를 대상목을 선정하여 실행하기도 한다. 나무에 가지가 달려 있는 이상 옹이가 없는 나무는 있을 수 없다. 옹이를 줄이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목재의 양을 늘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목적의 가지치기는 가장 밑부분의 가지와 땅까지의 길이를 길게 만들며, 나무가 어릴 때 시작하면 더 큰 효과를 본다.
○ 잔가지를 나게 하는 가지치기 생장점이 있는 가지 끝 부분을 제거하게 되면 그 가지는 더 이상 길이생장을 하지 못한다. 가지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가지치기는 가지 끝의 정아를 잘라주는 정도에서 끝난다. 통상적으로 전지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며, 큰 틀에서 가지치기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수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아에 상처를 입으면 측아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또한 활동을 하지 않던 싹이 새로 나오기도 한다. 가지를 많이 나게 하고,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정아를 잘라주는 가지치기를 한다.
가지치기의 시기 및 방법
가지치기는 나무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생육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행 시기 및 방법은 대상 나무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 계절적 시기 나무가 동면에 들어가는 가을부터 봄 사이에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절기에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무가 생리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처가 나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이 수술을 할 때 마취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봄철 나무줄기가 생장을 시작하기 전 시행하여 상처 부위를 오래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며, 상처 부위를 위해하는 세균이나 곰팡이도 겨울철에는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죽어 있는 가지를 자를 때는 계절적으로 큰 상관이 없다.
○ 생리적 시기 나무가 단목으로 서 있는지, 집단으로 서 있는지에 따라 가지치기의 시기가 달라진다. 또한 수종에 따라서도 실행 시기가 달라진다. 측면에서도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나무의 생장만을 고려했을 때 가지치기가 필요 없을 수 있다. 나무들이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을 때에는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가지는 떨어져야 한다. 자연낙지를 유도할 목적이라면 숲 내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질 때까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보통 인근 나무와 햇빛 경쟁을 시작할 때쯤이 가지치기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 절단방법 가지를 절단할 때 나무에 가는 부담을 최소로 하기 위해서는 상처의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나무줄기에 쉽게 융합되게 하기 위해서 줄기에 가까이 붙여 잘라야 한다. 우선 상처를 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비스듬하게 자르지 말고 나무줄기와 평행하게 잘라야 한다. 굵은 가지를 자를 때는 줄기의 일부가 찢어지거나 껍질이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가지를 몇 cm 남겨놓고 자른 후 남은 가지를 치기도 한다. 가지 밑부분의 수피 부분을 먼저 잘라두고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도 찢어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경우라면 가지가 말라죽기 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이미 죽은 가지는 빠른 시일 내에 제거를 해주는 것이 좋다. 잘렸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부분은 상처의 유합이 비교적 잘 이루어진다. 죽어 있는 부분은 다른 부분과 유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지가 남아 있을 경우, 직경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죽은 가지가 줄기를 파고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나무에 맞는 가지치기, 사람에게 맞는 가지치기
오늘날의 임업의 영역은 단순히 목재 생산이 아니며,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나무를 키우는 목적이 임업이 아닌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지치기는 나무를 키우는 사람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생명체를 다루는 일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각각의 목적이 다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가지치기의 대상이 되는 나무에 맞는, 실행하는 사람의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법의 나열이 아닌, 가지를 치는 목적과 대상 나무 특성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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