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들

[스크랩] 아니, 집값이 얼만데...

강토백오 2010. 9. 5. 20:28
 

“너 댓평 되는 방인데 구들을 놓으려면 얼마가 듭니까?” 이러한 질문을 듣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묻는 이에게는 충분히 물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대답하려면 만만치 않게 고민스러운 질문이지요. 전화로 물어 올 때면 더합니다.

마치 “승용차 한대 사려면 얼마나 됩니까?”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조심해서 이야기를 풀어 가야합니다.


근래에 들어 동네에서 구들을 취급하는 곳은 거의 황토건축을 주업으로 하면서 구들방 공사를 겸해서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연히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는 경험에 따라서 배워진 한두 가지 형태의 구들을 놓게 되어 구들의 수명과 열효율 등에 있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가 나게 되지요.

한마디로 굴뚝은 별도로 하고 150에서 200만원이면 다섯평짜리 방바닥 마감까지 계산됩니다.

아니, 더 싸게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궁이?는 함실아궁이가 기본이고 부뚜막 아궁이일 경우는 다시 이야기 되어야 합니다.

대도시 주변이면 구들돌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서 구들돌만 구하려면 평당 15,6만원 달라고 하고 공사기간을 물으면 막구들은 이삼일, 줄고래는 하루만에도 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도 아니지요. 아이들 장난도 아닌데 그렇게 적당-히?

그런데, 굴뚝문제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방밖에서 바로 처마에 묶든가, 처마가 없으면 벽에 붙여 세우는 방식입니다.

집에서 몇 발작이라도 떨어트리려면 연기배출을 위해 굴뚝 높이가 상당히 높아지고 비용도 갑자기 늘어납니다.

급해지면 PVC파이프도 불사합니다.

어찌되었건 아궁이에 불을 넣으면, 나중에야 어찌되었건, 굴뚝으로 연기가 나가게 되어있습니다.

방만 따듯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얄팍한 생각이 비용 절감이라는 문제에 더 치중하게 되고 결국에는 적당히 끝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번듯한 겉모습과 달리 허술한 엔진이 달린 차와 같지요.

그래서, 구옥을 철거하면서 구들돌을 보면 그 집 주인의 성품과 내력이 드려다 보입니다.

뿌리가 있는 집안의 구들돌은 반듯한데 비해, 규모가 아무리 커도 집주인이 졸부였던 곳은 구들돌들이 거의 볼품없이 널브러져 있더군요.

고임돌은 무너지고, 얼마나 장작을 많이 때서 막힌 고래를 청소하느라 쑤셔 대었는지 회굴바닥은 거의 검뎅이로 메워져있기 마련입니다.

그나마 옛집들은 기본적인 구조는 지켜왔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그 기본마저도 무시되는 경향입니다.

많은 경우에 건축업자는 물론, 집주인마저도 형식만 갖추기에 급급합니다.

기초가 부실한 집일수록 더하지요.

구들이 건물의 수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조차 안 해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먹고 지으려면 한도 없이 돈이 들고, 아끼고 아껴서 지어도 마감하고 나면 전부 들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는 것이 집짓기입니다.

그러한 집에 생명을 불어넣고 집과 함께 기능을 하는 구들을 그냥 적당히 하다니 !

아니, 집값이 얼만데 !


출처 : 우리흙집
글쓴이 : 구들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