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약초

불로장생의 명약, 구기자

강토백오 2011. 11. 27. 22:23

불로장생의 명약, 구기자
글·사진 / 길경민 (농수축산신문 기자)

장수로 대명되는 ‘구기자’

“장수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샘가의 구기자나무 때문에 이 물을 먹으면 장수를 하는 건 당연하지요.”
유난히 노인들의 사소한 싸움이 잦아 집안이 평안하지 않다는 한 손자의 질문에 노승이 대답한 말이다.
이처럼 구기자의 유래를 살펴보면 어디든 등장하는 말이 바로 ‘장수’이다.
현재 구기자시험장이 운영되고 있는 충남 청양은 80여 년 전부터 구기자를 재배해 큰 소득을 얻었다. 청양에서 제일 먼저 구기자를 재배해 생업과 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한 사람은 당시 공주군 신농면 묘동(속칭 퇴끼올)에 살던 박관용 선생이다. 박 선생은 사서오경에 통달하고 한시와 문장에 밝은 한학자인데 구기자 재배 등 약초재배가 인연이 되어 한의사로서 서울시 은평구에서 한의원을 개업 운영해 왔다.
1922년, 박 선생이 15세 때 자택 울타리 바깥 하얀색 나무줄기에서 빨간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이름이 구기자인데 약으로 쓰이는 것으로 그 열매를 말려 놓으면 가을에 상인들이 와서 사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더니 쌀 때는 근당(600g) 70~80전, 비쌀 때는 1원이 넘는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땅 1평에 10전, 20전 할 때인데 값이 좋으므로 구기자를 잘만 재배하면 농촌이 부자가 되는 길이 열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약용작물 시장 급성장

건강, 기능성, 천연물 의약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며 국내 약용작물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2008년 현재 한약재 시장은 1조 2,800억 원이며 2012년에는 1조 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중 한방식품과 한방화장품, 천연 색소 시장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부의 농업 정책 방향이 식품과 기능성이 접목한 소재화 산업으로 변화되고 있고 국민들도 웰빙, 건강 기능성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구기자는 2009년 말 현재 한국에서 141ha에서 566t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중 충남 청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면적의 경우 66.1%, 생산량은 69.1%이다. 주로 자체 소비되며 가공 활용도는 소량이다. 일본은 현재 재배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공 위주로 하고 있다. 또 중국은 9만 2,000ha의 면적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상당량을 수출하고 있다.
이렇듯 구기자는 고품질 웰빙 제품에 대한 관심 증가와 농촌 체험 인구 증가로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며 충남 청양지역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어 칠갑산, 장곡사 등 청정지역을 관광에 적절하게 활용하면 농촌 어메니티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생산지역으로서 기술력 등 인지도 면에서 경쟁력이 높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충남 청양군은 약용작물 발전을 위해 2010년 523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비가림시설, 시범사업, 체험관광, 구기자 축제 등을 위한 기반조성과 친환경 재배, 가공업체 육성 등을 위해 적절하게 지출하고 있다.
한편 충남 청양의 ‘2008년 구기자 10a당 연소득’을 살펴보면 생산수량은 350kg이며 단가는 2만 9,152원이다. 이에 따라 조수입은 1,020만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종묘비, 농약비, 인건비 등 경영비와 자가 노력비를 제외하면 소득률은 약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기자의 변신은 ‘무제’, 다양한 가공품 개발

약용작물의 가공 신상품에 속속히 개발되듯 구기자 가공품도 주류, 한과, 샴푸, 제빵, 떡, 장류에 이르기까지 출현되고 있다. 특히 청양군은 지역 가공업체와 연계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7년 발족한 청양 구기자 가공협회는 볶음 구기자를 이용한 티백 차에서 구기자 청과 잼 등을 개발해 가공식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생 구기자 청은 6개월 이상 상온에서 숙성해 과육과 종자를 제거하고 60브릭스 이상의 원액을 제품화했다. 이는 구기자 음료를 비롯해 전통 한과, 와인, 떡 등에 활용되며 지금은 더 많은 가공품이 개발돼 청국장, 고추장, 샴푸 등에서도 구기자가 첨가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유기농 구기자와인, 유기농 농축액 등 친환경 구기자가 함유된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열매뿐 아니라 순을 이용한 식품 개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구기순은 연한 잎을 따서 삶은 후 건조해서 판매되고 있다.
또 미용제품에도 활용도가 높다. 마스크 팩과 스킨, 에센스 등 아토피 화장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으며 기능성 시장의 확대 수요에 따라 미백 주름 개선제와 여드름 화장품으로도 널리 시판되고 있다.
2010년 현재 청양군 소재에만 21개 이상의 구기자 가공업체들이 있으며 이들은 제조과정을 활용한 체험 어메니티 상품 개발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미국 FDA에 승인을 받은 구기자차와 동동주, 와인이 수출길에 오르기도 했다.


구기자의 형태적 특성과 재래 품종

구기자는 낙엽성 소관목이며 키는 1m 내외로 줄기에는 가시가 있으며 껍질은 회색이다. 잎은 어긋나거나 여러 개가 뭉쳐나며 모양은 난형 혹은 피침형으로 잎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으며 엽병은 길이 1cm 정도로 털이 없다. 꽃은 액상이고 6월부터 9월까지 자주색의 꽃이 피고 일반적으로 하나씩 피거나 또는 여러 개가 뭉쳐 피며 꽃받침은 종 모양이다. 3~5개의 열이 있고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난형이거나 타원형으로 길이는 1.5~2.5cm이며, 개화 후 35~40일이면 성숙되며 8월부터 붉게 익는다.
재배되고 있는 구기자 품종의 학명은 Lycium chinense Mill.이고 낙엽성 소관목으로 재래종은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부르고 있다. 최근 충남 청양구기자시험장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내병충, 양질, 대립 다수성의 품종이 육성 보급될 전망이다.
청양 재래 품종은 충남 청양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키는 107cm 내외이고 잎은 녹색의 피침형이다. 숙기는 조생종으로 열매는 계란형으로 작은 소립종이며 병해충에 아주 약한 편이고 수량성은 보통이다.
진도 재래 품종의 키는 110cm이며 잎은 약간 둥글고 녹색이다. 숙기는 중생종이며 열매는 타원형으로 병해충에 약하고 수량성이 낮고 금산 재래 품종은 잎이 둥근형이고 녹색을 띤다, 키는 110cm정도이고 숙기는 만생종으로 열매가 비교적 크며 타원형이고 병해충에 약하며 수량성은 보통이다.
또 평창군 진부 재래종은 잎은 피침형의 녹색이고 줄기에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생종이며 열매는 계란형으로 작고 병해충에 매우 약하며 수량성은 보통이다.
전남 해남지역에서 수집된 재래종은 키가 109 cm 내외이며 잎은 피침형의 녹색이고 줄기에 가시가 있다. 숙기는 조생종이며 열매는 계란형이며 작고 병해충에 매우 약하며 수량성은 보통이다.
이와 함께 1986년 충남농업기술원에서 돌연변이 육종에 의해 육성한 유성1호는 키가 115cm 정도이고 잎은 녹색의 피침형으로 줄기에는 가시가 있다. 숙기는 만생종이고 열매는 소립종이며, 혹응애에는 약하며 탄저병은 중•강 정도로써 수량성은 보통이다.
또 1986년 충남농업기술원에서 도입육종에 의해 육성한 품종인 유성2호는 비교적 키가 큰 편이고 생육이 왕성하다. 잎은 장타원형의 엷은 녹색으로 큰 편이며 혹응애에는 강하며 탄저병은 중, 강정도이고 수량성은 양호하다.


구기자 수목형 재배기술

충남지역의 구기자 재배기술은 중국과 다르게 봄에 전년 가지를 전부 제거하고 줄기를 다시 유인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낮게 재배되기 때문에 빗물에 의해서 탄저병균이 구기자 열매에 전염되기 용이하고 통풍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한 관계로 병 진전이 빨라 탄저병에 의한 피해가 아주 컸다. 또 매년 새로이 가지를 유인하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청양구기자시험장에서 1997년 ‘명안’, 2000년 ‘불로’, ‘청대’, 2004년 ‘장명’, ‘청운’ 2008년 ‘청명’, ‘호광’ 등의 품종이 등록되었는데 생육이 왕성하고 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탄저병에 강해서 수목형 재배법에 적합하고 수확기계가 개발되면서 수목형 재배기술이 각광받게 됐다.
재배방법은 3월 중순경에 포장을 경운해 이랑 사이를 1.5m로 기존 관행재배보다 넓게 이랑을 만들고 배색비닐로 멀칭한 후 15cm로 자른 삽수를 50~60cm 간격으로 심어서 지주를 세우고 새순을 2개 정도 유인해 80~100cm 정도까지 키워서 적심을 해주면 된다. 그리고 2차, 3차로 나오는 가지를 20cm 정도로 적심을 해주면 당년에 구기자를 수확할 수 있다. 2차년도에는 주지에서 나온 가지를 2월경에 짧게 잘라주면 줄기 끝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오는데 이것을 20cm 간격으로 자주 적심해주면 첫 해보다 개화기도 보름 정도 빠르고 열매도 많이 달려 증수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유인해주어야 하는 관행재배와 달리 전지 전정만 잘해주면 다수확을 얻을 수 있는 수형을 만들 수 있고 5년 이상은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적게 들이고도 많이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면에 가깝게 재배하던 관행재배에서 높게 재배하는 수목형 재배로 수형을 바꾸면서 발생한 몇 가지 문제점으로 첫째, 적심을 어떻게 하느냐와 둘째, 뿌리와 줄기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도장지를 어떻게 제거하느냐 이다. 도장지는 흑색비닐 뿌리피복으로 억제할 수 있는데 방법은 수목형으로 수형을 만든 후 뿌리 윗부분을 호미로 둥글게 파고 전정가위로 잘 다듬은 다음 검은색 비닐로 줄기 밑에서부터 뿌리 윗부분을 감아서 싸주고 흙으로 덮어주면 도장지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편리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구기자는 한방약재, 건강식품 등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농산물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농산물 인증제도는 GAP인증, 무농약재배인증, 유기재배인증의 순으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비싸도 좋은 구기자를 먹고자 하는 소비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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