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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나무와 약한 나무

강토백오 2011. 11. 27. 22:07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나무와 약한 나무
글 / 한심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지구상에는 생물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며, 식물은 우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살고 있다.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관련 용어들은 물리학에서부터 유래되었는데, 식물과 관련하여 이 용어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stress)란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 식물의 상태를 말하며 스트레인(strain)은 손상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한 표현으로 식물에게 가해진 스트레스와 그 힘에 의해 나타난 반응이다. 또 손상(damage)은 스트레스의 수준이 너무 높아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식물학과 식물생리학에서는 스트레인이란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식물의 손상은 스트레스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상태에서조차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즉, 식물은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활력과 생장속도는 많이 감소되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생존할 수는 있다. 지상 4m 높이의 옛 로마 교회 정문과 돌담 위에서 자라고 있는 170년생 구주소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이 소나무의 뿌리는 흙과 물이 전혀 없는 돌담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트레스(주로 수분 부족)를 받으면서 살지만, 170년 동안 높이 9m나 아주 건강하게 자랐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소나무는 생장 조건이 좋은 지역에서 자란 소나무에 비해 가지 길이가 짧고 얇으며, 잎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이 잎과 잎 면적 즉 증산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면적을 줄이는 것은 식물에서 자주 발견되는 주요 스트레스 극복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식물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며, 스트레스에 대해 견디는 능력 또한 수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서는 우리가 주로 조경수 또는 가로수로 식재하고 있는 수종들이 환경 스트레스에 얼마나 강한지 또 환경 스트레스에 견디는 수종별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나무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환경 스트레스 요인들

나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은 고온, 건조와 같은 자연적인 스트레스 요인과 대기오염물질과 같은 인위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또한 이들 스트레스 요인들을 생물학적 요인과 비생물학적 요인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스트레스 요인들은 비교적 개별적으로 식물에 작용한다고 생각해왔으나,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은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기오염과 같은 1차적인 스트레스들은 직접 식물의 활력을 감소시키며, 해충이나 곰팡이 같은 2차적인 스트레스들이 쉽게 작용하도록 만들어 나무의 활력 감소를 촉진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지구상에서 나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스트레스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 자연적 스트레스 요인
- 강광: 광 저해, 광산화
- 열: 온도 증가
- 저온: 추위
- 갑작스런 서리 또는 늦서리
- 수분 부족: 건조, 탈수
- 자연적 영양 결핍: 질소 부족 등
- 장기적인 강우
- 해충
- 바이러스, 곰팡이, 박테리아

■ 인위적 스트레스 요인
-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 대기오염물질: SO₂, NO, NO₂, NOx
- 오존과 광화학 스모그
- 활성산소종 생성: ¹O₂, O₂-, OH-, H₂O₂
- 광산화물질
- 산성비, 산성 안개, 산성 아침 이슬
- 토양과 물의 산성화
- 산성비로 인한 토양 영양 결핍: 칼륨, 마그네슘, 칼슘, 망간, 아연 부족
- 질소 과다 공급: 건성과 습성 질소 강화물
- 중금속: 납, 카드뮴 등
- 암모니아 과다 생성: 전자전달계의 손상
- 자외선 증가: UV-B, UV-A
-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기후변화


스트레스 발달과 단계별 반응

식물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다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식물이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전에는 생리적으로 아주 안정된 상태 즉 생장, 빛과 영양 공급이 최적인 상태에 있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식물은 다음 4가지의 스트레스 반응 상태를 나타내며, 스트레스에 의해서 심하게 손상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된 후, 회복 단계로 들어간다.

■ 스트레스 시작(반응 단계): 경고 반응이 일어난다.(예: 활력 감소, 기능 저하, 동화물질의 이화과정이 지나치게 증가)

■ 스트레스 지속(복원 단계):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단계이다.(예: 적응과정, 치료과정, 스트레스에 단련)
■ 장기 스트레스(종료 단계):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이 고갈되는 단계이다.(예: 스트레스 강도가 너무 높음, 적응능력이 초과되어 만성 질병 및 죽음에 이름)

■ 스트레스 제거(재생 단계): 스트레스가 제거되어 회복되는 단계이며, 손상이 너무 크지 않다면, 생리적 기능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하게 회복됨
이와 같이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은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지만, 식물에 대한 스트레스 노출은 희귀한 사 건이 아니라 매일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이며, 종종 여러 가지 스트레스들이 동시에 작용하기도 한다. 즉, 식물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손상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스트레스의 강도와 노출 기간이 너무 높지도 길지도 않다면, 그 식물은 항상 일정한 활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트레스에 대한 손상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수목의 스트레스 내성 평가

환경 스트레스에 견디는 수목의 능력은 여러 가지 인자들을 기초로 하여 결정할 수 있는데, 각 인자들은 스트레스 노출 후 나타나는 반응에 따라 피해지수와 내성지수로 구분된다. 피해지수란 생장, 엽록소 함량, 광합성 속도와 같이 스트레스 노출 후에 감소되어 생리적 피해를 측정할 수 있는 인자들을 말하며, 내성지수란 항산화효소 및 항산화물질 함량과 같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생리적 피해를 방지하는 데 관여하는 인자들을 말한다. 각각 인자들은 계산식을 이용하여 표준화하고, 피해지수 및 내성지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인자들이 다양한 경우, 각 인자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유사한 특성을 가진 인자는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며, 피해지수와 내성지수는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두 지수의 합을 구하여 최종적으로 수종별 내성능력을 결정한다.
<표 1>은 위에서 제시한 피해지수와 내성지수를 이용하여 표준화시킨 값들을 기준으로 해서, 조경수 또는 가로수로 식재되고 있는 수종을 대상으로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능력을 정리한 것이다. 이것은 공단지역 가로수 및 조경수목의 내성능력, 오존 처리된 조경수목의 내성 수준 및 침엽수종의 항산화 특성의 결과들을 종합한 것으로, 환경 스트레스에 견디는 수종별 능력을 내성, 중간, 민감성으로 구분하여 나타냈다. 또한 <표 2>에는 현재 산림청 조림 권장 수종에 포함되어 있는 내공해 수종을 나타내어 본 연구결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맺음말

어떤 수종이 대기오염에 견디는 능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한 가지의 인자만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유는 스트레스의 요인 및 강도, 노출시간 등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수목의 스트레스 내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생리 지표들의 상호 연관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여러 가지 생리 지표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결과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제시한 수종별 내성 수준과도 비교되었으며, 기존에 내공해 수종으로 알려져 식재되었던 수종들과는 차이가 있어, 추후 훼손지 복원 및 녹화에 이용할 내공해 수종 결정 시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